금융위기후 선진국 기업들 곳간에 돈 쌓아두고 경영진 배만 불렸다

입력 2013-06-04 18:44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 지원으로 살아남은 선진국 기업들이 생산시설이나 고용증진에 투자하지 않아 갈수록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있다고 AFP통신 등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국제노동기구(ILO)가 발표한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대기업들은 현금을 쌓아둔 채 시설 개선이나 고용환경엔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2007년 당시 선진국 기업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투자액은 21.6%였으나 지난해에는 18.5%로 떨어졌다. ILO는 조사 대상인 26개 선진국 중 14개 국가에서 금융위기 이후 소득 불평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덴마크 스페인 등이 이에 해당한다. 기업의 위기 극복이 일자리로 연결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전 세계 2억명에 달하는 실업자 역시 한동안 줄지 않을 예정이라고 ILO는 전했다. ILO는 2015년 실업자 수가 2억800만명으로 늘어나고, 고용시장 불균형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레이먼드 토레스 ILO 국제노동문제연구소장은 “이익과 투자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푸념했다.

반면 전 세계 기업들이 현금으로 보유한 채 쓰지 않는 자산은 2000년 2조3000억 달러에서 2011년에는 6조5000억 달러로 늘었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5조2000억 달러보다도 훌쩍 증가한 수치다.

최고경영자(CEO) 연봉 역시 급격히 증가했다. 2011년 기준 노동자들의 평균임금 대비 대기업 CEO들이 받는 연봉은 미국에서 508배, 영국에서 238배, 독일에서 190배에 달했다.

사회 불안 요소로 대두되는 높은 실업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결국 기업이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게 ILO의 결론이다. 가이 라이더 사무총장은 “경기회복 시에 일자리와 생산성 향상에 중점을 둬 극빈층과 취약계층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개발도상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의 고용환경은 비교적 회복 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으며, 소득 격차도 줄어들고 있다고 ILO는 밝혔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