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이영미] 복지부, 리베이트 제약사 면죄부 주나

입력 2013-06-04 18:39 수정 2013-06-05 00:19

4일 보건복지부가 불법 리베이트를 저지른 혁신형 제약기업을 제재하는 새 규정을 공고했다. 3회 적발되거나 과징금 누계가 2000만원(약사법) 혹은 6억원(공정거래법) 이상일 경우 자격을 박탈키로 했다. 혁신형 인증 후 적발됐을 경우에는 지정이 취소된다. ‘불법 리베이트’를 결격사유이자 소급 취소의 이유로 적시한 것이다.

혁신형 제약기업은 연구·개발(R&D)에 적극 투자하는 기업을 선발 지원하는 제도. 지난해 선정 기업이 리베이트에 줄줄이 연루되며 비도덕적 기업을 정부가 지원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 차례 논란에 휩싸였던 만큼 혁신형 지정과 공익성을 연계한 정부 방침은 환영할 만하다.

다만 몇 가지 단서조항은 이미 인증받은 제약사에 면죄부를 줄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새 규정에 따르면 혁신형 기업은 신규 적발 때만 인증을 취소하기로 했다. 게다가 경미한 사안일 때는 1회에 한해 취소를 면제해준다.

복지부 관계자는 인증 전후 기준이 다른 것을 두고 “혁신형 기업에는 더 강력한 잣대를 들이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혁신형으로 정부 지원까지 받는 기업이 불법 리베이트 문제로 적발되면 더 엄격히 제재한다는 뜻에서 횟수나 과징금 금액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뒤집으면 이 조항은 혁신형 기업에 과거를 지우고 새 출발을 허락한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일종의 사면 조치로 오해될 대목이다.

복지부는 또 R&D 투자 비율이 높으면 과징금 액수를 줄여주기로 했다. 투자와 징벌을 연계한 것이다. 리베이트 근절과 제약산업 키우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 복지부의 고민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국내 제약기업 800여개 중 R&D 비율이 5∼7% 이상 되는 기업은 30여개에 불과하다. 그만큼 판이 작다. 파이를 키우려면 기업을 독려해 투자를 늘려야 한다. 하지만 그게 상벌을 뒤섞는 방식이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투자만 많이 하면 실수는 용서해줄게.” 정부 정책이 건네는 메시지가 이런 것이면 곤란하지 않은가.

정책기획부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