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100일] 새 정부 지각 출범에 ‘3대 과제’ 시동 늦어져

입력 2013-06-04 18:31 수정 2013-06-04 22:15


<하> 경제분야

박근혜정부에서는 100일 동안 보름에 한 번꼴로 각종 대책을 쏟아내면서 경제 살리기에 주력했다. 그러나 처음 한 달(3월)을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인사청문회,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등 본질에서 벗어난 현안에 빼앗기면서 정책 타이밍을 놓쳤다. ‘정책조합(Policy-Mix·폴리시 믹스)’과 경제민주화, 창조경제라는 핵심 3대 과제도 현재진행형이다.

◇폴리시 믹스의 중요성=현 부총리의 취임 일성은 정책조합이었다. 재정·통화·부동산 정책 등 각종 정책을 상호 연관시켜 경기부양을 이루겠다는 취지였다. 실제 정부는 경제정책 방향을 시작으로 4·1 부동산 대책, 추가경정예산 편성, 투자활성화 방안 등을 숨 가쁘게 내놓았다. 하지만 4월 기준금리 인하를 두고 정부와 한국은행이 갈등을 빚으면서 정책조합은 시작부터 힘겨웠다.

정부는 나름대로 정책조합 기조를 이어갔다. 4·1 부동산 대책은 국회 입법과정에서 혼란이 야기됐지만 부처간 이기주의 벽을 허물고 정책조합 기조를 충실히 반영했다는 평이다. 다만 서비스업 선진화방안 등 핵심 대책이 예정보다 늦춰지고 있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4일 “정책조합의 의지와 원칙은 맞지만 정책조율 측면에서는 기대 이하였다”며 “재정과 통화정책이 조율돼야 하는데 통화정책이 움직이지 않으면서 재정으로 부담이 몰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기재부 장관을 경제부총리로 격상시키면서 ‘컨트롤 타워’를 구축했지만 통상임금, 경제민주화 등 논란이 있는 사안에 대한 교통정리는 여전히 잘되지 않고 있다. 역대 정권 최초로 시도한 공약가계부는 공약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려는 의지라는 점에서 돋보인다. 다만 여권 내에서조차 “증세 없이는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재정당국이 또 하나의 쉽지 않은 숙제를 짊어진 셈이다.

◇만만찮은 경제민주화=경제민주화를 놓고 정부는 정부대로, 재계는 재계대로 불만이 가득하다. 정부 내에서조차 속도조절론이 대두되면서 뚜렷한 목표가 없다.

당장 6월 국회에서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규제 등을 담은 경제민주화 3대 법안이 통과될지 미지수다. 재계는 경제민주화가 정상적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고 주장한다. 한쪽으로 투자활성화를 독려하면서 다른 쪽으로는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는 정부 기조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정책 추진력이 가장 강력한 정권 초기에 경제민주화 정책을 신속하게 자리 잡아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임희정 연구위원은 “정부가 대선 때 공약은 했지만 막상 하려 하니 쉽지 않다는 생각에 주춤하는 상황”이라며 “복지 논쟁처럼 답이 나오지 않은 혼란상황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살리기 위한 ‘퍼즐 맞추기에 속도=새 정부가 우리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내건 창조경제의 취지에는 사회 전반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개념 정리가 늦어지면서 속도를 받지 못하고 있다. “창조경제는 기존의 틀을 깨는 것인 만큼 모호할 수밖에 없다”는 반론도 있지만 창조경제 틀을 통해 각종 정책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개념정리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세대 성 교수는 “창조경제 실현 과정에서 정부 재원을 투입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원칙이 필요하다”며 “뚜렷한 개념 정의 없이 정책지원을 하면 자칫 재원이 낭비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창조경제의 주체를 벤처기업으로 한정하면서 과거 김대중 정부 때 벤처 지원책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대기업이 벤처기업의 성과를 빼앗아가는 현 경제 생태계 구조를 그대로 둔 채 벤처 활성화 대책을 내놓으면서 창조경제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이다.

정부는 향후 일자리 로드맵, 창조경제 실현 계획 등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경제를 살리기 위한 ‘퍼즐 맞추기’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 아래에서 그동안 경제부흥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국민들이 실제 경제활동에서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체감할 수 있도록 각종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백상진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