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그많던 경호원 어디로 갔지?
입력 2013-06-04 18:30 수정 2013-06-04 22:15
청와대 경호실의 스타일이 박근혜정부 들어 확 달라졌다. 물샐 틈 없이 박 대통령을 지키면서도 일반 국민들이 보기엔 “경호원이 있는 건가”라고 느낄 정도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호작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달라진 경호의 진면목은 지난달 초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서 유감없이 나타났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7일 워싱턴 시내 한 호텔에서 동포간담회를 가졌다. 박 대통령이 행사장에 입장하기 직전 교민들은 휴대전화 사진을 찍기 위해 가족을 이끌고 입구 쪽으로 몰렸다. 그런데도 경호원들은 크게 제지하지 않았다. “대통령 입장에 방해되지 않게 질서만 지켜주세요”라고 말하는 경호원들의 태도에 교민들도 놀랐다. 수많은 역대 대통령이 워싱턴을 찾았지만 이리 ‘편안한’ 분위기가 연출된 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들어오자 한 할아버지가 “얘야, 대통령이 보이게 서봐. 사진 찍어줄게”라며 손자를 앞세웠다. 박 대통령은 활짝 웃으며 아이 옆에서 손을 흔드는 포즈를 취했다. 박 대통령이 다른 교민들을 만날 때 경호원들은 아예 포토라인에서 보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청와대 밖 행사에서도 늘 이런 풍경이 목격된다. 경호실 관계자는 4일 국민일보 기자에게 “돌발 상황이 아니라면 박 대통령의 대국민 접촉이라든가 취재진의 취재를 절대 물리적으로 막지 않는다는 원칙”이라며 “경호실도 박근혜정부의 국정철학에 맞춰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대통령은 지나치게 경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국민에게 들게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언론의 요청도 있었지만 우리가 먼저 포토라인에서 경호원들이 노출되지 않도록 했다”고 얘기했다.
대통령 뒤를 지키는 경호실장 모습이 언론에 노출되지 않는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이전 정부에서 어청수 전 경호처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어딜 가든 반경 1m를 벗어나지 않았고, 이는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새 정부의 경호수장 박흥렬 실장은 카메라에 잘 잡히지 않을 정도로 박 대통령과 떨어져서 수행하는 게 다반사다.
청와대 경호실의 경호작전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이 전 대통령이 북극 그린란드를 찾았을 때는 경호원들이 한 달 전부터 현지에 상주하며 잠수복을 입은 채 빙하 밑까지 샅샅이 훑기도 했다.
가끔 지나친 경호가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태국을 방문했을 때는 부인 김옥숙 여사에게 태국 문화부 장관이 바짝 붙자 경호원이 ‘근접 경호 원칙’에 따라 복부를 팔꿈치로 때려 문제가 된 적도 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