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제 일자리 현실적 한계 고용정책 ‘숫자의 덫’ 우려

입력 2013-06-04 18:24

정부의 고용정책이 ‘숫자의 덫’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향후 5년간 일자리 238만개를 창출해 고용률 70%를 달성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우리 경제성장률을 감안하면 불가능에 가깝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큰 현실에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는 것도 한계가 명확하다. 정부가 일자리의 양을 늘리는 데만 집착해 질을 높이는 데는 소홀할 수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정부가 4일 발표한 고용률 70% 로드맵은 사실상 ‘장밋빛 전망’에 가깝다. 가장 큰 맹점은 로드맵의 앞뒤가 바뀌었다는 데 있다. 로드맵은 성장이 고용을 끌어올리는 선순환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위적인 노동시장 개혁조치에 기대고 있다.

근로시간 조정과 시간제 일자리 확대, 유연한 근로문화 도입은 정부 의지로 어느 정도 달성이 가능하다. 다만 고용 확대에 필수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2%대 저성장이 굳어지는 상황에서 폭발적 고용 증가세를 이끌어내기란 불가능하다.

정부는 벤처활성화 등 창조경제의 성공을 발판삼아 성장률을 3∼4%대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지만 당장 성과를 보기는 힘들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내고 “고용률 70%를 달성하려면 연평균 8%대의 성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박근혜정부 임기 내 고용률 70%는 ‘미션 임파서블’(불가능한 임무)이라는 소리다.

핵심 내용인 시간제 일자리 창출에도 ‘물음표’가 따라다닌다. 로드맵에 따르면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 92만개를 만들어야 한다. 공공부문은 정부가 밀어붙일 수 있지만 새로 만들 수 있는 일자리는 소수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민간이 책임져야 한다. 정부가 세제 혜택 등 각종 유인책을 고민하고 있지만 당초 목표했던 일자리의 양과 질이 모두 충족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근로시간 개선대책은 ‘알맹이’가 없다. 정부는 장시간 근로를 없애는 방안으로 사무직 근로자의 포괄임금제 개선을 꼽았지만 연구용역을 맡긴다는 것 외에 구체적 내용은 없다.

전문가들은 숫자에 집착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임기 내 238만개 일자리라는 목표에 매달리다 보면 시간제 일자리만 양산해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고도성장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목표 달성 시점을 늦추더라도 제대로 된 사회적 합의를 거쳐 제대로 된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