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국민공감 農政’
입력 2013-06-04 18:16
“농촌 슬레이트 지붕 철거, 국민 프로젝트 펼치자”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영세·고령농, 다문화가정 등 농촌 소외계층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들에게 관심을 쏟는 것이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여러 가지 정책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 장관은 발암물질인 석면이 함유된 슬레이트 지붕을 철거하고 새 지붕을 얹혀주는 대국민 프로젝트 ‘슬레이트 없는 농촌 만들기’를 제안하기도 했다.
만난 사람=오종석 경제부장
-농촌 독거·영세농 문제가 심각한데 대책은 있나.
“전체 115만 농가 중 가구주가 65세 이상인 가구는 59만 농가로 50%가 넘는다. 연간 1000만원 매출도 올리지 못하는 농가가 전체의 62%나 된다. 이 사람들 평균 소득을 계산하면 연간 300만∼400만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토지가 있기 때문에 기초생활보장 수급대상자에 선정 안 된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소득평가 시 직불금을 빼고 농지에 적용되는 소득환산율을 하향 조정하는 등 농촌 특성을 반영한 기초생활보장제도로 개편할 계획이다.”
-농촌 고령화는 더 이상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아니다. 고령농에 대한 정책방향은 뭔가.
“이분들이 최소한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게 선진국다운 배려가 절실하다. 1960∼7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고생한 분들인데 사는 모습을 보면 눈물이 난다. 텃밭이 100여평 있는데 농기계도 못 빌려 쭈그리고 앉아 호미로 땅 파면서 골병들고, 겨울에는 전기 아낀다고 손바닥만 한 전기장판에 몸 녹이고 있다. 문화생활이라 해봤자 TV에서 ‘뽕짝’ 듣는 게 전부다. 이렇게 쓸쓸하게 사는 분들이 같이 모여서 식사하고 장날에 목욕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현재 추진 중인 ‘고령농 공동생활 홈 조성 사업’이다. ‘밤새 안녕’이란 말도 있지 않느냐. 이분들은 아침에 일어나 아프면 병원에 연락이라도 할 수 있도록 공동생활이 절실하다.”
-농촌엔 특히 다문화가정이 많다. 이들을 위한 지원책은 없나.
“농촌이기 때문에 갖는 특수성이 있다. 문화혜택도 떨어지고. 현재 범정부적 차원에서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가 운영 중인데 농축산부는 결혼이민여성에 대한 영농교육 등 다문화가정의 안정적 농촌 정책에 의한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최근 농산품 유통개선책을 발표했는데, 특히 축산물 가격이 산지와 소비자 간 차이가 많은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유통구조 개선과 함께 다른 대책은 없나.
“하반기부터 소비자단체와 함께 전국의 쇠고기·돼지고기 판매점 전수조사를 실시해 착한 가격으로 파는 정육점, 음식점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마디로 축산물 ‘컨슈머 리포트’다. 음식점이 폭리를 취하지 못하도록 정보를 주고 소비자가 알아서 판단할 수 있게 할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스마트 소비’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박 대통령 방중을 계기로 한·중 자유무역협정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농산물이 가장 민감한 분야인데 대비책은.
“세 가지다. 우선 초민감 품목군 비중을 최대한 확대해 농민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농산물에 우선 배정할 것이다. 둘째로 경쟁력을 확실히 키우고 대표상품을 차별화해서 중국 시장을 공략하겠다. 예를 들면 유자차 같은 가공식품은 중국에서 프리미엄급으로 팔리고 있다. 제2, 제3의 유자차를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상품을 관광이나 장소 마케팅과 연관해 종합적인 문화식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농업의 6차 산업화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우리 농촌에 슬레이트 지붕이 아직도 많다. 70년대 240만 가구에 슬레이트 지붕을 설치했다. 초가지붕처럼 불도 안 나고 벌레도 안 생기고 얼마나 좋았냐. 그런데 지금 보니 발암물질이 섞여 있는 거지. 2010년에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 18만 가구 정도 철거했는데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철거 지원비 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건 정부 재정만으로 감당 못한다. 해비타트 운동처럼 도시민들이 도와줬으면 한다. 30가구가 있는 농촌마을에 슬레이트 지붕이 5가구 있다 치자. 그러면 마을 주민과 재능 기부할 기술자, 도시민이 와서 슬레이트 없는 지붕 만들기를 하는 거다. 국민일보가 이런 아이디어에 관심을 가져 달라. 취임 후 국민공감농정위원회를 만들었다. 농업계는 물론 일반 국민, 전문가를 망라한 160명 정도가 참여하는 조직이다. 이를 통해 국민들이 농업과 농촌의 가치, 소중함을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정리=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