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용률 70% 중요하지만 숫자놀음 안 된다

입력 2013-06-04 17:35

정부가 어제 발표한 ‘고용률 70% 로드맵’은 박근혜정부의 일자리 공약이 구두선에 그치지 않고 세부적인 정책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기대를 갖게 한다. 그 기대와 더불어 주문하고 싶은 것은 경제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목표 달성을 위한 숫자놀음에만 매달릴 경우 고용의 질 저하 등 부작용을 초래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에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더욱이 기업의 적극적인 동참이 관건인 만큼 필요하다면 추가대책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

2017년까지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한 정부의 로드맵은 근로시간 단축, 여성 일자리 확대, 공공기관 파트타임 근무 확대 등을 통해 시간제 일자리 93만개를 창출한다는 것이 골자다. 우선 근로시간 단축은 장시간 근로를 줄이고 여성과 청·장년의 노동 유연성을 확대한다는 면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유연근무제가 또 다른 비정규직을 양산해서는 곤란하다. 2%대의 저성장 상황에서 고용률 70%라는 수치 달성에만 목표를 둔 채 한 사람이 하던 일을 두 사람이 하는 식으로 ‘일자리 쪼개기’에 나설 경우 ‘나쁜 일자리’만 양산될 것은 자명하다. 제대로 된 일자리를 위해서는 ‘비정규직 고용안정 가이드라인’ 제정, 대기업·비정규직 다수 고용 사업장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 준수 협약 체결 등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근로조건과 임금 등의 차별 해소도 뒤따라야 한다.

이번 로드맵이 제대로 시행되더라도 2017년까지 행정·국방 등 공공부문에서 기대되는 일자리 창출은 12만4000명으로 전체 신규 일자리 창출 목표치의 5.2%에 불과하고 앞으로 5년간 새로 만들겠다는 일자리 93만개 가운데 공공 부문은 많아야 5만개 정도에 그친다. 따라서 노동 시장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민간 부문의 일자리 창출 없이는 목표 달성이 요원할 뿐이다.

일단 대기업들도 일자리 창출이 시대적 요구사항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호응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재계는 여전히 기업들에 대한 ‘쥐어짜기식’ 일자리 창출 정책에는 불만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런 와중에 정부가 제시한 민간기업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세제 및 사회보험료 한시 지원, 고용 우수 기업에 대한 가점 부여 및 근로감독 면제 등의 인센티브가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자리 창출은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일자리 238만개 창출’ 같은 숫자의 덫에 빠지면 역효과만 불러올 뿐이다. 비정규직을 없애고 양질의 일자리가 생기는 현실감 있는 실행 방안이 중요하다. 더 이상 세금만 쏟아붓고 국민의 신뢰 추락을 자초하는 정책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