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창조경제 기틀 SW인재 키운다
입력 2013-06-04 17:30
대기업들이 새 정부의 ‘창조경제’ 패러다임에 발맞춰 소프트웨어(SW) 인력 양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인식 전환 없이는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가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4일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과 산학협력 협약식을 갖고 반도체 및 관련 소프트웨어 분야 우수인재 양성을 위한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와 카이스트는 1995년부터 산학협력을 통해 반도체 특화 인력을 육성해 왔다. 최근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전산학과로 범위를 확대해 소프트웨어 인력을 키우기로 한 것이다.
앞서 삼성은 올해 상반기 신입사원부터 인문학 전공자를 뽑아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키우는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5년간 1700억원을 투입해 5만명의 소프트웨어 인력을 양성하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기업들이 잇달아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에 사활을 거는 것은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힘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편됐기 때문이다. 휴렛팩커드(HP), 델 등 컴퓨터 제조업체들은 쇄락의 길을 걷는 반면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소프트웨어 기반의 회사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소프트웨어 분야를 강조하며 기존 산업과 시너지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는 사기가 떨어질 때로 떨어진 상태다. 과도한 업무와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3D 업종으로 분류돼 기피 직업이 된 지 오래다. 그나마 우수한 인재는 대기업으로 쏠림 현상이 심하다. 대학들은 소프트웨어 관련 학과의 정원을 점점 줄이고 있다.
최근 야후는 15세 소년이 개발한 뉴스 요약 애플리케이션(앱) 섬리를 3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구글, 애플 등이 벤처나 스타트업을 비싼 값에 인수하는 것은 낯설지 않은 광경이다. 미국에서는 2008년 이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선호 직업 1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이 소프트웨어 업체를 인수하는 일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 보니 아이디어가 좋은 소프트웨어 업체가 있어도 회사가 커 나가긴 힘들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발간한 ‘2012 소프트웨어 산업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은 모두 6785개이며 이 중 50.5%(3443개)가 총 매출이 10억원 이하의 영세한 기업이다. 50억 이하가 82.6%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좋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 그 가치를 인정해주는 풍토는 없고, 인재 빼 가기만 만연하다”고 토로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