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0년이 한국교회 운명의 시간”
입력 2013-06-04 17:26
‘한국교회 미래지도’ 펴낸 최윤식 박사
‘미래학자’는 말 그대로 미래를 예측하는 전문가다. 정확하게 미래를 예견하는 것은 신의 영역에 속해 있겠지만 인간은 다양한 방법으로 끊임없이 도래하지 않은 장래의 일을 미리 알려는 시도를 해 왔다. 서구에서 ‘미래학’은 이미 주요 학문적 영역에 속해 있다.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 소장 최윤식(43) 박사는 미국 휴스턴대학교 미래학부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학위를 받은 전문 미래학자다. 미래예측서인 ‘2030년 부의 미래 지도’ ‘2020 부의 전쟁 in Asia’ ‘10년 후에도 살아남을 직장인을 위한 안내서’ 등 반향 있는 책을 출간했다. ‘2030 부의 미래지도’는 일본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를 정도로 해외에서도 각광을 받았다. 그의 예측 활동은 ‘통찰과 미래, 창조’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최 박사는 현직 목사다. 총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수년 동안 사역했다. 현재 소망과사랑의교회를 개척, 담임하고 있다.
‘한국교회 미래지도’(생명의말씀사)는 목회자이자 미래학자인 최 목사가 고민하고 기도하면서 쓴 한국교회 미래학 보고서다. 이 책에서 그는 앞으로 10년이 한국교회 미래를 결정짓는 운명의 시간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10년 동안 한국교회가 한 번도 접하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시대가 몰려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국민일보에서 만난 최 목사는 2020년까지 한국교회에는 ‘7년 풍년과 7년의 흉년’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창세기 41장에 나온 말이다. 한국교회는 7년간의 풍년과 같은 폭발적인 성장기가 끝나고 7년간의 흉년기를 지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 목사에 따르면 그 흉년기의 상태는 심각하다. 지난 120년 찬란했던 한국교회 역사가 잊힐 만큼 극심한 침체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그는 “한국교회의 잔치는 끝났다”고 단언한다. 한국교회는 성장이 잠시 주춤한 것이 아니라 이미 쇠퇴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2005년 인구주택조사 결과 870여만명으로 전 인구의 18.7%에 달했던 크리스천 수는 2050년경에는 400만명 혹은 300만명 수준으로 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최 목사의 예측이다. 2050년까지 가지 않더라도 앞으로 5년 이내에 부동산 거품이 본격적으로 빠지고 1, 2차 베이비붐 세대인 1640만명이 은퇴하는 2028년이 되면 교회 헌금이 반토막 나면서 목회와 선교의 엔진이 꺼질 가능성이 높다고도 진단했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를 맞아 은퇴 후에도 30∼40년을 살아야 하는 목회자들이 대거 발생하면서 목회자가 은퇴하면 바로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현상도 발생한다는 것이다. 한국판 ‘잃어버린 10년’이 다가오는 가운데 한국교회도 그 거대한 파도 속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예측이다. 위기의 한국사회는 위태로운 교인들을 양산하게 하며 이는 결국 교회와 선교의 위축으로 이어지게 된다. 한마디로 암울한 미래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항상 그렇듯 미래가 회색빛만 띤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하이터치(high touch)를 갈망하게 되면서 미래는 종교의 부흥기가 될 가능성도 크다. 최 목사는 앞으로 10년 동안 한국교회에는 요셉의 지혜가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7년 흉년을 예측하며 7년 풍년기를 준비한 것처럼 한국교회는 다가오는 위기에 선제 대응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부흥을 준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한국교회 전체가 성장의 한계에 도달한 가운데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성장의 한계에 도달한 것을 겸손하게 인정하고 성숙기와 쇠퇴기에 걸맞은 목회를 하는 것이다. 또 다른 길은 성장의 한계선을 돌파할 수 있는 ‘재창조(갱신)적 목회’에 도전하는 것이다. 결국 벼랑 끝에 선 한국교회는 뼈를 깎는 교회 갱신이 필요하다.
최 목사는 “한국교회는 위기와 기회가 복잡하게 공존하는 미래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위기와 변화의 내부 진원지를 살피라고 조언한다. 그가 보는 위기의 내부 진원지는 ‘초대형 교회의 환상’ ‘목회 생태계 교란’ ‘거두는 데 열중하다 씨를 뿌리지 않았던 것’ ‘변화된 시대적 소명에의 둔감’ 등이다.
최 목사는 한국교회가 위기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근거 없는 낙관론부터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한국교회는 폭발적인 성장을 해 왔으니 앞으로도 성장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순진한 낙관론이야말로 미래를 준비하지 못하게 하는 암적 요소라는 언급이다.
책 속에는 ‘개인주의 신앙’ ‘교배된 기독교’ ‘신유목 교인’ 등 한국교회가 피해갈 수 없는 11가지 미래 키워드를 비롯해 또 하나의 핵폭탄급 변수인 통일에 대한 진단과 예측 등이 들어가 있다. 가정회복과 은퇴자의 미래, 자녀의 미래 등 세 가지를 ‘한국교회 미래 부흥의 핵심 레버리지’라고 규정하면서 한국교회가 부흥하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 목사는 한국교회는 미래를 위해 갱신해야 한다면서 위기 가운데 하나님이 가치 있게 여기시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깨닫는 것에서 미래 해법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진정한 기독교 보수주의자란 ‘예수님과 그분의 복음을 목숨 걸며 지키고 보호하는 사람’으로 이들이 참된 개혁을 이뤄낸다고도 했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해서 아무것이나 마구잡이로 시도해서는 안 되지요. 하나님이 가치 있게 여기시는 변화를 시도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단순히 교회가 커지고 교인 수가 늘어나는 데 가치를 두지 않으십니다. 양적 성장보다 ‘한 사람’을 우선해야 합니다. 고통 받는 한 사람, 그 사람과 함께 씨름하고 울어 주고, 그 사람이 주님 앞에 갈 때까지 인내하며 세워주는 것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고(故) 옥한흠 목사의 제자다운 말이다.
최 목사는 미래는 하나님의 계획 안에 놓여 있다는 말을 거듭 강조했다. 하나님은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지혜를 인간에게 주셨다는 것이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것이야말로 불확실한 미래를 살고 있는 우리가 붙들어야 할 소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