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드시 밝히고 가야 할 ‘전두환 비자금’

입력 2013-06-04 17:33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이제 ‘전두환 비자금’은 그냥 지나갈 수 없는 우리 사회의 과제로 대두됐다. 재국씨가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시점이 동생 재용씨가 조세포탈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중 일부가 확인된 2004년이기 때문이다. 그가 숨겨둔 비자금을 아들을 통해 관리했을 개연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불법적으로 정치자금을 조성한 혐의가 유죄로 확정돼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받았지만 아직도 미납액은 1672억원에 달한다. 그는 호화롭게 생활하면서도 자신 명의의 재산이 전혀 없어 검찰은 속수무책이다. 그나마 추징금 공소시효는 오는 10월이면 끝난다.

그런데 재국씨를 비롯한 전 전 대통령 자녀들의 재산은 상상을 초월한다. 확인된 것만 공시지가 기준으로 1000억원이 넘는다. 미국 유학 중 귀국해 출판사를 차린 재국씨는 필요할 때마다 거액의 자금을 조달해 공격적 경영을 계속했다. 다른 자녀들도 특별한 자금원 없이 수백억원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재임 중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챙긴 전 전 대통령이 추징금조차 내지 않고 버티면서 자녀들에게 검은 돈을 대물림하고 있다는 의심이 쏟아지는 이유다.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우리 사회에서 정의는 설 자리가 없게 된다.

국세청은 재국씨의 불법 외환거래와 탈세 여부를 검증키로 했다. 금융감독원도 재국씨가 세운 페이퍼컴퍼니의 법인계좌가 있는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을 조사키로 했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전 전 대통령의 불법 해외비자금의 단서가 포착된 만큼 검찰이 나서 이 회사의 자금거래 내역과 비자금 은닉여부를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 국회 역시 대통령, 국무위원 등 고위공직자들이 가족 명의로 숨긴 불법재산을 찾아내 징수토록 하는 내용의 ‘특정 고위공직자에 대한 추징 특례법’ 등 ‘전두환 추징법’을 신속히 입법해야 할 것이다. 전 전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 단서가 포착된 만큼 이번 기회에 의혹을 남김 없이 파헤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