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기독인 길 걸은 ‘日 협동조합 아버지’… ‘가가와 도요히코’
입력 2013-06-04 17:04
가가와 도요히코/오사키 테이조 지음, 후지오 고오 그림/홍이표 옮김/다행
가가와 도요히코(賀川豊彦·1888∼1960)는 우치무라 간조, 미우라 아야코 등과 함께 한국 교회에도 비교적 잘 알려져 있는 일본 목회자다. 그는 사회운동가이자 세계 최대 서민복지 생협인 ‘코프고베’의 설립자이다.
일본 장로교 목사인 그는 100만인 구령운동을 전개했으며 한국 강점에 대해 지식인 중 가장 먼저 공개 사과하기도 했다. 기독교 선교뿐 아니라 일본 농민운동, 생활협동조합운동, 일본농민조합 창설 등 활발한 기독교 사회운동을 전개, 두 차례나 노벨평화상 후보로 올랐다.
이 책은 ‘일본 협동조합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가가와 목사의 일생을 알기 쉽게 만화로 극화해 엮은 것이다. 가가와 목사의 일생은 기독교 사회주의 운동과 함께 빈민구제와 노동운동, 협동조합 설립 등이 근본 뼈대를 구성한다. 일본 고베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가가와 목사는 어려서 병약하고 가난했지만 기독교인이 되면서 삶의 전환을 맞이했다. 고베 신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빈민가에 들어가 일하다 미국에 유학,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공부했다. 귀국한 뒤에는 다시 고베 빈민가로 돌아와 전도와 노동운동을 펼쳤다.
가가와 목사는 가난과 병, 살해 위협에도 불구하고 빈민가를 떠나지 않았으며 버려진 아이를 키우고 무료급식과 무상교육 등 다양한 구제 사업을 벌였다. 전시 체제 하에서는 비폭력 평화주의 활동을 펼쳐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그의 사역에 많은 이들이 감화를 받아 뜻을 같이하는 이가 늘면서 봉사단체가 세워졌다. 그럼에도 현장의 악순환 속에 가난이 끝나지 않는 것을 보고 가가와 목사는 가난을 구제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명제가 예방하는 것으로 보고 1925년부터 협동조합운동에 주력했다. 가난한 이웃을 향한 한 인간의 헌신과 사랑이 불씨가 되어 협동조합이라는 큰 불을 지필 수 있었던 것이다.
가가와 목사의 협동조합운동은 기독교 정신에 근거하고 있다. 그의 운동의 특징은 늘 현장 중심, 사람 중심이었다. 가가와 목사는 약자들의 연대를 통해 거대한 사회적 악에 대응하기 위해서 협동조합운동을 펼쳤다.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협동조합 운동도 결국은 ‘을’의 연대를 통해서 ‘갑’이 이끄는 세상을 바꾸자는 것으로 가가와 목사의 정신과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군국주의의 광기가 흐르고 대공황의 거센 파고 속에서 그는 “한 사람은 만인을 위해, 만인은 한 사람을 위해”를 외쳤다. 이 구호는 전 세계 협동조합운동의 캐치프레이즈가 되었다. 그는 탁월한 문재(文才)를 지닌 인물이었다. 자전적 소설인 ‘사선을 넘어서’와 ‘새벽이 오기 전에’ ‘한 알의 밀’ ‘우애의 경제학’ 등이 대부분 조명을 받았다. 그는 10억엔의 인세 전액을 사회운동에 기부하기도 했다. 가가와 목사는 ‘교회가 세상의 소망’임을 말과 글, 행동을 통해서 전했다. 그가 했던 마지막 말도 울림이 있다. “교회를 지켜주소서. 일본을 구해주소서. 세계에 평화를 허락하소서.”
이 책에는 한 사람의 위대한 사회개혁자이자 신실한 크리스천인 가가와 목사의 삶이 잘 담겨 있다. 만화라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으며 부록에는 그가 시작한 사회운동들이 현재 어떻게 발전했는지가 도표를 통해 잘 정리되어 있어서 유익하다. 책을 펴낸 다행 출판사도 협동조합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행의 이정아 대표는 “앞으로 가가와 목사를 조명한 책을 몇 권 더 출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삶과 신앙의 불일치라는 극심한 이원론 속에서 허덕이는 한국 교회가 가가와 목사의 일생에 주목해야할 이유는 너무나 많다.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