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국가이미지 제고 열기… 中, 전방위적 문화 외교 공자학원 전세계 900곳

입력 2013-06-04 17:30 수정 2013-06-04 14:35


학문도 국력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연구비 배정, 연구테마 결정, 인적 네트워크 형성 등에 관련국의 경제력이나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국은 해외에서 자국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되도록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왔다.

제2차 대전에서 패한 독일은 전후 최악의 상태에 빠진 자국 이미지 개선을 위해 독일어, 문학, 음악, 철학 등 해외 독일학 연구 지원에 엄청난 금액을 쏟아부었다. 한국에도 설치돼 독일 연구자들의 사랑방 역할을 해 온 ‘괴테 인스티튜트’가 독일 문화 소개의 첨병 역할을 했다.

일본도 1960년대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했지만 ‘경제동물’이라는 낙인이 찍히자 이를 불식하기 위해 1972년 일본국제교류기금(Janpan Foundation)을 외무성 산하에 만들었다. 간단히 ‘일본 재단’으로도 불리는 일본 국제교류기금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을 저변으로부터 파고들어 일본 연구 붐을 일으키고 일본에 유리한 국제 여론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일본은 외국의 유력한 인사들에게 체계적으로 일본을 알리고,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어 일본에서 공부하게 하고 돌아가서도 관계를 지속하게 하는 치밀한 작업을 해왔다고 한다. 이에 따라 미국 대학 중 일본학 연구자가 없는 곳이 거의 없을 정도로 미국에서 일본학의 뿌리는 깊다. 주일미국 대사를 지낸 고 에드윈 라이샤워 하버드대 교수, 에즈라 보겔 하버드대 교수 등이 일본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는 일본학의 태두들이다.

최근에 주목을 끄는 것은 중국의 전방위적 문화외교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적극적인 중국 문화 전파와 ‘중국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이를 담당하는 주요 기관이 중국어·중국학 보급센터인 공자학원인데 이미 전 세계 900여곳에 설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중국 대학의 해외진출도 본격 시동을 걸었다. 최근 중국 내 ‘톱 5’ 안에 드는 저장대가 영국의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ICL)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런던 캠퍼스 설립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