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여고생 3명 동반자살 모의…1명이 변심, 포기 설득했으나 2명 끝내 19층서 투신

입력 2013-06-04 09:29 수정 2013-06-04 09:33

[쿠키 사회] 광주광역시의 한 아파트에서 여고생 2명이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4일 광주북부경찰서에 따르면 3일 밤 11시40분쯤 일곡동 모 아파트 화단에서 김모(16·고1)양과 최모(16·고1)양이 머리 등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것을 이모(15·고1)양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친구 사이인 이들 3명은 이날 오후 9시50분쯤 ‘동반자살’을 하자며 아파트 19층 옥상에 함께 올라갔다. 하지만 잠시 후 이양은 생각이 바뀌었고 친구 2명에게 “자살을 포기하고 그냥 내려가자”고 설득했으나 고집을 꺾지 않았다.

1시간여 동안 말다툼을 하던 이양은 경비아저씨에게 도움을 요청해야겠다고 생각해 고심 끝에 현장을 빠져나왔고 그 사이 김양 등은 옥상으로 통하는 출입문을 걸어 잠갔다.

다급해진 이양이 한참동안 아파트 경비아저씨를 찾아 헤매다가 다시 옥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현관의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순간 친구 김양과 최양 등 2명은 이미 싸늘한 주검으로 아파트 화단에 피를 흘린 채 나란히 누워 있었다.

숨진 김양과 최양의 두 손목에는 동반자살을 위해 묶은 것으로 추정되는 청색테이프가 한데 엉켜 감겨 있었다.

이양은 “두 친구가 같이 뛰어내리겠다고 하는 것을 만류하다가 옥상에서 내려왔는데 정말 투신할 줄은 몰랐다”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숨진 김양 등이 2개월 이전부터 자살을 암시하는 말을 자주 했고 이날도 “함께 죽어버리자”며 옥상에 올라갔던 점을 중시, 동반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를 위해 현장에 있었던 이양과 숨진 학생들의 가족, 학교 관계자 등을 상대로 구체적 자살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학교폭력 관련성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한 것은 불행한 일”이라며 “서로 한쪽 손목을 내밀고 묶어가면서까지 극단적 선택을 한 직접적 배경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광주=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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