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憲裁 “상원·제헌의회 무효” 판결
입력 2013-06-03 19:17
이집트 헌법재판소가 새 헌법 초안을 마련한 제헌의회와 상원에 해당하는 슈라위원회에 대해 무효를 선언했다고 이집트 국영언론 메나(MENA) 등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집트 헌재는 “슈라위원회와 제헌의회 의원들이 투표율 미달에도 불구하고 당선됐다”며 “불법적인 절차에 의해 선출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헌재 결정은 이슬람주의자인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지지자들의 반대에 막혀 몇 차례나 선고가 연기된 끝에 나온 것이다. 슈라위원회와 제헌의회는 사실상 이슬람주의자들에게 장악된 상태다.
그러나 AP통신 등은 제헌의회가 발의하고 국민투표에서 통과된 새 헌법 초안이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슈라위원회 역시 내년 초로 예상되는 하원 선거 전까지는 기능을 유지한다. 이집트 헌재는 지난해 6월에도 이슬람주의자들이 장악한 하원을 해산시킨 바 있다.
이번 결정은 이슬람주의파와 세속주의 세력 모두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평가다. 무르시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이슬람주의자들은 하원에 이어 슈라위원회까지 활동을 정지하게 된 데 대해, 야권을 중심으로 한 세속주의자들은 헌재가 슈라위원회 활동을 즉각 정지토록 조치하지 않은 데 대해 불만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헌법을 둘러싼 이슬람주의파와 세속주의파 간 갈등은 2년 전 시민혁명 직후부터 감지됐다. 혁명 후 실시된 대선에서는 무슬림형제단 소속 무르시 대통령이 당선됐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무르시 대통령은 헌법 초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기 전 발표한 헌법 선언문에서 대통령의 권력을 강화하고 사법부의 의회 해산권을 제한한 문구를 넣었다가 전국에서 반발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새 헌법 초안은 이슬람 율법의 정치 개입을 합법화하고 여성의 권리를 제한했다는 등의 이유로 세속주의자들 사이에서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헌재는 새 헌법 초안이 헌재 재판관 수를 19명에서 11명으로 줄이고 사법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제헌의회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