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톱 이동국 “선제골 쏜다”

입력 2013-06-03 19:04


‘중동킬러’ 듀오 이동국(34·전북 현대)과 이근호(28·상주)가 레바논 격파 선봉에 선다.

최강희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5일 새벽 2시 30분(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6차전에서 이동국을 최전방 원톱 공격수로 내보내기로 했다. 이는 레바논 현지 상황을 고려한 최 감독의 승부수로 보인다.

레바논은 승부조작 여파로 국가대표가 6명이나 빠져 전력이 크게 약화됐다. 테오 뷔커 레바논 감독은 밀집수비를 펼친 뒤 역습을 노릴 게 뻔하다. 밀집수비를 깨려면 정교한 패스 플레이를 해야 한다. 그런데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은 울퉁불퉁하고 잔디에 잡초까지 섞여 있다. 공이 통통 튀어 정교한 패스 플레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최 감독은 문전에 빽빽이 포진한 상대 선수들을 뚫고 과감하게 슈팅을 날릴 수 있는 이동국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동국은 A매치(96경기) 30골 가운데 10골을 중동국가와의 경기에 터뜨렸다. 밀집수비를 깨는 데 한계를 보인 손흥민(21·함부르크)과 키 1m96의 장신 공격수 김신욱(26·울산)은 조커로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이동국은 “경기장 잔디가 좋지 않아 볼 제어가 힘들 것”이라며 “기회가 오면 반드시 골로 연결하는 집중력이 더욱 필요하다. 초반에 우리가 선전하면 레바논은 쉽게 무너질 것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또 다른 ‘중동킬러’ 이근호는 왼쪽 날개 공격수로 출격해 돌파와 크로스로 레바논의 골문을 두드린다. 이청용은 오른쪽 날개 공격수로 나서 레바논 수비진을 뒤흔든다. 김보경(24·카디프시티)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변신해 처진 스트라이커처럼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베테랑 김남일(36·인천)과 신예 이명주(23·포항)는 더블 볼란테로는 호흡을 맞춘다.

한편, 레바논 현지 정세가 불안해 한국 대표팀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최근 레바논에선 시아파 무장 정파인 헤즈볼라가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선언을 하면서 이들과 아사드 대통령 반대 세력간에 유혈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스포츠시티 스타디움 주변에는 중무장한 레바논 정규군과 군용트럭과 탱크 등 10여대가 배치돼 있다. 한국 대표팀은 훈련을 위해 이동할 때 무장경찰의 호위를 받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관중 소요 사태와 ‘레이저 테러’ 등을 감시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살만 남샨을 안전담당관으로 파견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