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방패’ 추신수… 메이저 HBP기록 깰까
입력 2013-06-03 19:04
‘사구(死球)의 달인’ 추신수(31·신시내티)가 또 2개 맞았다. 추신수는 3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PNC 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와의 방문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 3타수 무안타에 그쳤으나 몸에 맞는 공 2개와 볼넷 1개로 세 차례 출루했다. 추신수가 하루에 2차례 사구를 기록한 것은 지난달 22일 플로리다전에 이어 두 번째다. 추신수의 타율은 0.287에서 0.283으로 떨어졌지만, 출루율은 0.440에서 0.441로 약간 올랐다.
추신수는 이날 시즌 16·17호 사구를 연달아 맞아 2009년 자신이 기록한 한 시즌 최다 사구(17개)와 55경기 만에 타이를 이뤘다. 당시 156게임에 출전한 추신수는 7월에 맞은 5개가 월간 최다 사구 기록이었으나 올 시즌에는 4월에만 10개, 5월 5개를 맞았다.
추신수는 올 시즌 55경기에서 17사구를 기록, 3.3 경기당 1개의 몸에 맞는 볼을 기록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전체 부동의 1위로 2위인 피츠버그의 스탈링 마르테와의 격차도 7개나 된다. 추신수가 남은 경기에 모두 출전한다고 가정하면 산술적으로는 올 시즌 49개도 가능하다.
역대 메이저리그 시즌 최다 사구 기록은 지난 1896년 휴이 제닝스(볼티모어)가 세운 51개(130경기)로 116년째 깨지지 않고 있다. 제닝스는 1897년과 1898년에도 각각 48개를 맞는 등 통산 최다 사구(287개) 기록까지 가지고 있다. 역대 2위는 1971년 론 헌트(몬트리올)가 152경기에서 세운 50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역대 10위 가운데 1890년대가 7명이나 된다. 2위 헌트 외에 8위 돈 베일러(1986년)와 공동 9위 크레이그 비지오(1997년)까지 20세기 선수는 3명뿐이다. 21세기로 넘어오면 2004년 크레이그 윌슨이 기록한 30개가 가장 많다. 만약 추신수가 지금의 페이스로 사구를 기록하면 메이저리그 역대 5위권을 바라볼 수 있다. 2000년대 이후로는 윌슨을 넘어 한 시즌 최다 기록 보유자가 된다. 추신수는 통산 사구 72개로 이 부문 공동 202위에 자리하고 있다.
올 시즌 추신수의 사구가 유독 많은 이유는 베이스에 바짝 붙는 타격 자세와 몸쪽 공에 대한 약점 때문이다. 추신수가 워낙 바깥쪽 공에 강하다 보니 상대 투수들은 당연히 몸쪽 승부를 걸어오는 경우가 많다. 이때 투수의 제구가 조금이라도 잘못 되면 바로 사구로 연결되는 것이다.
다만 추신수의 경이로운 사구 기록은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다. 출루율에는 도움이 되지만 자칫 타격 침체는 물론 부상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추신수는 클리블랜드 시절이던 지난 2011년 조나단 산체스로부터 빈볼을 맞아 손가락 골절의 큰 부상을 입었고, 장기 결장이 불가피했다. 올 시즌을 마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게 되는 추신수에게 사구는 조심해야만 하는 것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