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1%대 턱걸이… ‘기형적 디플레’ 우려

입력 2013-06-03 19:00 수정 2013-06-03 22:29


불황과 소비 부진으로 소비자물가가 7개월 연속 1%대에 머물고 있다. 지난달에는 1%를 간신히 턱걸이해 1999년 9월 이후 13년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자칫 상승률이 0%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디플레이션(경기가 하강하면서 물가도 하락하는 현상)에 대한 우려와 함께 수요 확장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가격변동성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 하락의 여파가 컸다며 아직 디플레이션 국면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1.0%다. 특히 식품과 비식품 등 서민생활과 밀접한 142개 품목을 집계한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0.2% 올라 통계청이 집계를 시작한 1996년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신선식품은 1.9% 하락하며 지난해 8월(-2.9%)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낮은 물가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물가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심리가 확산되면 가계는 소비, 기업은 투자를 줄인다.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셈이다. 한국은행은 장기 물가안정 목표치로 2.5∼3.5%를 설정하고 있다. 지나친 물가 하락은 경제에 독이 되기 때문이다. 장기 저성장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은 ‘2년 안에 물가상승률을 2%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아베노믹스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의 낮은 물가상승률은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 인하가 주도했다. 농산물은 양호한 기상 여건으로 하락세가 지속되며 1.8% 내려 2011년 10월(-4.7%)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석유류는 7.4% 떨어지며 5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다만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지난달보다 0.4%, 지난해 같은 달보다 1.6% 오르는 등 상승폭이 4월(각각 0.%, 1.4%)보다 커졌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디플레이션을 걱정할 시점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올 하반기에는 지난해 하반기의 낮은 물가 수준에 따른 기저효과, 정부의 경기부양 영향으로 물가상승률이 2%대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