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출신? 내부인사?… 임영록-민병덕 사실상 2파전
입력 2013-06-03 19:00
국내 대표 금융지주사인 KB금융의 차기 회장이 이번 주 결정된다. 내부 인사의 지주사 회장 직행 흐름이 굳어질 것인지, 박근혜정부 들어 입지가 줄어든 관료 출신의 발탁이 이뤄질지가 최대 관심사다. 임영록 KB금융 사장과 민병덕 KB국민은행장이 유력 후보로 막판까지 경합을 벌이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3년간 장단점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3일 오전 제4차 회의를 열고 후보군 2차 평가를 마쳤다. 회추위는 최종 인터뷰 대상 후보로 임 사장과 민 행장,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등 4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회추위는 후보별로 심층 면접을 진행한 뒤 1인을 선정한다.
현재 가장 두각을 드러낸 후보는 임 사장과 민 행장이다. 둘 다 인품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성패는 두 사람의 능력과 비전에서 갈릴 수밖에 없다.
임 사장은 학창시절 강원도 영월의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시골집에서 살았다. 교사를 하던 아버지가 탄광 사업에 나섰다가 실패해서다. 이 때문인지 강력한 카리스마보다는 온화한 리더십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주사 직원의 생일 때마다 한번도 거르지 않고 장문의 편지와 책을 손수 선물해왔다고 한다.
임 사장은 신중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중시하는 전략가다. 다만 KB금융 사장으로 근무하며 굵직한 전략사업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것은 단점이다. 우리금융이나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등 대형사업은 주로 어윤대 회장과 박동창 부사장이 큰 그림을 그렸다.
어 회장과 사외이사가 대립할 때 신중한 입장을 취한 것은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관료 출신의 균형감각으로 보는가 하면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지난 1일 기자단 산행에서 임 사장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면서 국민은행 노조가 규탄 성명을 내는 등 지주·계열사 내부에서 반발이 커진 것도 부담이다.
민 행장은 국민은행에서만 잔뼈가 굵은 대표적 내부 인사다. 사비를 털어 영업하는 바람에 지금도 억대의 빚을 지고 있는 등 애사심이 남다르다. 어 회장이 직접 일선 영업 현장에 나서는 등 은행장 일을 대신하면서 입지가 좁아졌을 때도 중소 영업현장을 누비며 빈틈을 메우는 데 헌신했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우리금융 인수 시도 등으로 내홍을 겪던 조직을 성공적으로 규합시킨 리더십은 은행 안팎에서 인정받는다.
사실상 지주회사 격인 기업은행을 포함해 5대 금융지주(우리·KB·신한·하나·기업) 가운데 KB를 제외한 나머지 지주 회장이 내부 인사로 채워진 것도 민 행장에게 유리하다. 임 사장 등 외부 인사가 회장을 하게 되면 경제민주화와 거리가 멀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금융지주의 지배구조가 다시 흔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전략·재무·기획 업무를 해보지 못한 것은 약점이다. 금융지주 회장은 업무관리 및 기획능력이 필요하다. 인수합병(M&A) 등 정부·당국과 긴밀한 소통능력이 필요하기도 하다. 이에 따라 민 행장은 부족한 인적자원과 기획력 부재라는 단점을 메울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KB금융은 지난 수년간 다른 지주에 비해 성장이 정체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KB금융의 재도약을 이끌 회장 선임은 이제 9명의 회추위원 손에 달려 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