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이희범 갈아타기’ 곱지 않은 시선

입력 2013-06-03 18:55 수정 2013-06-03 22:09


이희범 전 STX에너지부문·중공업·건설 회장이 LG상사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달 중순 STX그룹에 사임 의사를 밝히고 31일 퇴임 처리된 뒤 하루 만이다. 이 고문은 STX를 떠나면서 “그룹의 구조조정 과정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STX가 사실상 해체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너무 이른 결정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LG상사는 3일 “해외 사업에 대한 경륜과 전문성, 글로벌 네트워크를 겸비한 이 전 회장을 1일자로 고문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LG상사가 해외에서 석유, 석탄, 비철 등 30여개 자원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전 회장의 전문성과 노하우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사임 의사를 밝힌 이후 여기저기서 영입 제안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며 “이 고문이 글로벌 네트워크가 탄탄한 데다 LG그룹 최고경영진과 친분이 두터워 LG상사로 마음을 굳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LG상사의 고문으로 갔지만 그동안의 경력이나 경험을 보면 고문으로 그칠 것 같지는 않다”면서 “LG그룹 내에서 보다 큰일을 도모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하지만 너무 성급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고문으로 영입되기 위한 절차 등을 감안하면 STX 업무를 보면서 이직을 준비하고 있었던 셈”이라며 “난파선에서 혼자 뛰어내린 것으로 비칠 여지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한 기업의 사장으로 있다가 회사가 어려워지자 그만두고 다른 기업 부회장으로 갔다면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겠지만 고문은 주 업무가 자문 역할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고문은 관·학·산업계를 두루 거친 마당발로 꼽힌다. 경북 안동 출신으로 1971년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72년 제12회 행정고시에서 공대 출신으로는 처음 수석 합격했다. 이후 산자부 장관(2003∼2006)과 한국무역협회장(2006∼2009), 한국경영자총협회장(2010∼현재) 등을 지냈다.

권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