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생명 담보한 범죄… 정치권 ‘원전 비리’ 손본다
입력 2013-06-03 18:45 수정 2013-06-03 22:11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원자력발전소 납품비리를 ‘용서받지 못할 일’로 규정하면서 원전 비리와의 전쟁을 예고했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현안에 대한 가장 강경한 발언이라는 평가다. 여기에 정부, 국회까지 한목소리를 내면서 박근혜정부는 원전 비리 척결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목소리 톤까지 높여가며 원전 비리를 강하게 비판했다. 또 ‘비리의 사슬구조’라는 표현을 쓰며 원천적으로 끊어버릴 것을 주문했다. 청와내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가 대통령의 ‘역린(逆鱗·왕의 노여움)’을 건드렸다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박 대통령은 행정안전부의 명칭을 안전행정부로 바꿀 만큼 국민 안전을 최우선시했고 각종 안전사고 등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사안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때문에 대규모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원전 비리가 터지자 충격과 함께 개탄스러운 심기를 숨기지 않으며 강력한 후속조치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또 “1∼2년 사이에 벌어진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고착된 것들”이라며 새 정부 출범 이전부터 고착화된 비리구조라는 점을 강조해 향후 국정운영에 미칠 파급력을 최소화하려는 뜻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원전 비리가 사회적 자본이 빈약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발생한 구조적인 문제로 보고, 향후 정부 3.0 구상을 중심으로 사회적 자본 확충을 위한 근본적인 개혁이 이어질 것을 예고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도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거래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 모든 국민께 괴로움을 드려 정부는 죄인이 된 심정”이라고 밝혔다. 정 총리는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과 실행 등을 전력 당국에 지시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 착수 가능성을 내비쳤다. 최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면적인 조사와 수사를 통해 원전비리를 발본색원해야 한다”며 “정부의 조치 결과를 봐서 필요하다면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조사결과가 미흡할 경우 정치권이 해당 상임위원회나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국정조사 등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민주당 우원식 최고위원은 “정책에서부터 발전소 건설, 운영, 감시에 이르는 전 과정을 쥐고 있는 원전 마피아를 해체시켜야 한다”며 부품납품 비리 및 시험성적서 위조는 물론 금품수수와 인사비리 등 구조적 비리를 철저히 파헤칠 것을 요구했다.
엄기영 유성열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