駐라오스대사관 대응 싸고 ‘진실게임’ 양상

입력 2013-06-03 18:40 수정 2013-06-03 22:20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과 북한인권개선모임은 3일 기자회견에서 라오스 주재 한국대사관이 탈북자를 외면·방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일방적인 주장일 뿐 사실과 다르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하 의원 “정부, 탈북자 외면 심각”=하 의원 주장에 따르면 2006년 12월 탈북 여성 2명이 주라오스 대사관 담을 넘어 진입했지만 잠시 후 무장한 라오스 경찰이 대사관으로 들어와 이들을 강제로 체포했다. 치외법권 지역인 대사관에 무장 공안이 들이닥쳤는데도 수수방관했다는 것이다.

한국대사관이 수개월 동안 감금된 탈북자들의 면담조차 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2006년 11월 탈북 청소년 3명이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태국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다 경찰에 붙잡혀 감옥에 수감됐다. 하지만 한국대사관은 탈북지원단체로부터 이 사건을 통보받고도 5개월 동안 단 한 번의 면회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라오스 당국이 이전에도 탈북자를 중국으로 추방하려 했던 사례도 발표됐다. 라오스는 2006년 7월 탈북자 9명을 호송차량을 동원해 중국으로의 송환을 추진했다. 당시 탈북지원단체는 급하게 대사관 재외국민담당 영사에게 강제송환을 막아 달라고 요청했지만 대사관 측은 이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다행히 폭우로 인한 도로 유실로 중국 송환이 연기되면서 이들은 벌금 선고를 받았다.

대사관이 탈북자들에게 벌금·수수료·항공료 등 금전을 요구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 4월 여덟 살짜리 탈북 어린이가 대사관이 요구한 밀입국 벌금 300달러를 내지 못해 현지에서 7주 정도 발이 묶였다고 한다. 이미 국내로 입국한 어린이의 어머니가 돈을 마련해 대사관에 송금한 뒤에야 이 어린이는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었다는 게 하 의원 주장이다.

한편 라오스에서 추방돼 강제 북송된 탈북 청소년 9명의 애초 목적지가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희태 북한인권개선모임 사무국장은 “이번에 탈북 청소년들을 안내한 주모 목사는 라오스 주재 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들을 미국에 보내려고 계획했었다”면서 “하지만 지난달 10일 라오스 경찰에 체포되면서 계획을 한국행으로 급작스레 바꾸었다”고 말했다.

◇외교부 “사실과 다른 주장” 반박=외교부는 하 의원과 시민단체 주장이 일방적인 것으로, 사실과는 배치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2006년 11월 한국대사관 진입 탈북자 체포 주장에 대해선 이들의 신원을 파악한 다음 안전하게 인근 국가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사전에 대사관 측에 통지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입 제지는 당연한 절차라는 것이다. 라오스 대사관이 수개월간 탈북자 면담조차 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외교부 당국자는 “언론 보도 5개월 전부터 이들의 억류 사실을 인지한 뒤 관련 당국에 이들을 인도해줄 것을 요청했고 결국 이들은 얼마 전 한국으로 이송됐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하 의원 측이 주장한 12개 사례가 대부분 사실과 다르며, 정부는 탈북자 처리 원칙에 따라 대응했다는 게 외교부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는 기본적으로 탈북민들이 한국행을 희망하면 전원 수용한다는 입장”이라며 “정부는 강제 북송된 탈북 청소년 9명의 생명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탈북민들이 강제 북송되지 않도록 자유의사에 따른 안전 귀환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 “중국에 북송방지 요청했다”=정부는 라오스에서 추방돼 중국을 거쳐 북송된 탈북 청소년 9명과 관련, 27∼28일 다각적인 접촉을 통해 중국에 북송 방지를 위한 협조를 수차례 요청했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자는 “사건이 발생한 직후 중국 외교부에 탈북 청소년의 위치를 확인해주고 강제 북송이 되지 않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탈북 청소년이 라오스에서 추방된 지난달 27일 저녁부터 서울과 베이징의 외교채널을 통해 중국 측과 접촉했고, 베이징 주재 대사관도 중국 측에 협조를 요청하는 외교 공한을 보냈다.

앞서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오후 브리핑에서 “중국은 어떤 나라로부터도 (탈북 청소년에 대한) 송환 협력 요청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훙 대변인은 국가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탈북 청소년을 중국으로 추방한 라오스와 이들을 자국으로 데려간 북한을 지칭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남혁상 모규엽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