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 나돌던 전두환 해외 비자금 꼬리 잡히나

입력 2013-06-03 18:35 수정 2013-06-03 22:11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49)씨는 2004년 2월 5일 대검찰청에 출두했다. 당시 중앙수사부는 재용씨가 국민주택채권 형태로 보관하며 사용해온 130억원대 ‘괴자금’의 출처를 수사하고 있었다. 재용씨는 “(이미 사망한) 외할아버지에게서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이 돈이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라고 판단해 증여세 73억원 포탈 혐의로 구속했다.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54)씨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건 이로부터 5개월 만인 2004년 7월 28일이다. 서울지방법원이 재용씨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33억원의 유죄 선고를 내리기 이틀 전이었다. 재산은 29만원뿐이라던 전 전 대통령이 차남에게 거액을 증여했다는 사실에 비자금 추징 여론이 거세게 일던 시기에 장남이 조세피난처를 찾아간 것이다.

이 때문에 재국씨의 페이퍼컴퍼니 블루아도니스에 전 전 대통령 비자금이 흘러들어갔으리란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이 재용씨에게 비자금을 증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재국씨에게도 어떤 형태로든 비자금이 증여됐으리란 의혹은 꾸준히 있었다. 재국씨는 이 페이퍼컴퍼니를 최소 6년 이상 보유하며 이 회사와 연결된 해외 은행 계좌로 자금을 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타파는 “재국씨가 싱가포르 소재 법률회사 PKWA와 주고받은 이메일을 보면 상당히 다급해한 정황이 있다”며 “싱가포르 아랍은행 계좌 개설이 늦어지자 ‘전재국의 (다른) 은행 계좌 돈이 막혔다. 전씨가 몹시 화가 나 있다’고 전하는 내용이 당시 오간 이메일에 들어 있다”고 밝혔다. 재국씨가 아랍은행으로 자금을 급하게 옮겨야 했던 이유가 재용씨 구속과 무관하지 않으리란 것이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내란죄·뇌물수수죄 등으로 기소된 뒤 대법원에서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가진 재산이 29만원밖에 없다”며 1672억2651만원을 내지 않고 있다. 주변 도움으로 근근이 살고 있다면서 해외 골프여행을 다니거나 육군사관학교에 1000만원을 기부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생활을 계속했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 재산 추적 과정에서 부인 이순자씨와 재용씨, 처남 이창석씨 등이 보유한 수백억원대 비자금을 발견했으나 이후 추징 실적은 지지부진하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새로운 정황이 나온 만큼 검찰과 국세청 등이 페이퍼컴퍼니 계좌로 얼마의 돈이 흘러갔는지, 그 돈이 누구의 것인지 밝힐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재국 시공사 대표는 3일 보도자료를 내고 “1989년 미국 유학생활을 일시 중지하고 귀국할 당시 갖고 있던 학비, 생활비 등을 은행의 권유에 따라 싱가포르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부친과는 전혀 관련이 없고, 탈세나 재산은닉 목적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