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입’ 감칠맛 낼까

입력 2013-06-03 18:36 수정 2013-06-03 22:21


이정현 정무수석이 3일 대통령의 ‘입’인 홍보수석으로 수평 이동한 것은 그동안 여러 문제를 야기한 청와대 홍보라인을 정상궤도에 진입시키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심(朴心)’을 정확히 읽어내는 최측근인 이 수석을 통해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 여파를 털어버리고, 앞으로 새 정부 국정을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겠다는 뜻이다.

이 수석은 지난해 대선 때도 김병호 대선캠프 공보단장의 활동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오자 선거일을 3개월 앞두고 공보단장으로 전격 임명됐다. 이번이 벌써 두 번째 ‘구원 등판’이다.

박근혜정부가 ‘불통’ 이미지를 갖게 된 데는 이남기 전 홍보수석과 윤 전 대변인으로 이어지는 홍보라인의 역할 부재가 큰 원인이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언론과의 접촉이 부족했고 정무적 판단이 미흡해 새 정부의 국정철학이 제대로 홍보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수석은 홍보수석 자리를 피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무수석으로서 청와대와 여야 간 의사소통을 매끄럽게 조정하며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기에 대(對)언론 전선에 투입되는 일을 부담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자 돌고 돌아 대통령의 ‘입’ 역할을 다시 맡은 셈이다.

이 수석은 전남 곡성 출신으로 광주 살레시오고와 동국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1984년 민정당 구용상 전 의원의 캠프에 합류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이 수석과 박 대통령의 인연은 2004년 17대 총선 때 광주에서 출마한 그에게 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이 “어려운 곳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으세요”라고 격려전화를 하면서였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칩거기였던 2008∼2012년 그는 ‘대변인격(格)’이라는 직함으로 유명해졌다. 혼자 모든 언론을 상대하며 하루에 휴대전화 배터리 12개를 썼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이 수석은 임명 직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통령이 생각하는 국정철학과 국민에게 전달하고픈 메시지가 가급적이면 정확하게, 그 진정성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기자들이 묻기 전에 먼저 찾아와 심부름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 수석 임명으로 청와대는 당장 공석이 된 정무수석을 찾아야 한다. 김선동 정무비서관의 ‘내부 승진’설이 나오지만 새누리당 3선의 김학송 전 의원과 재선인 이성헌 전 의원, 초선의 권영진, 현기환 전 의원 등 친박근혜계 인사들도 거론된다.

한편 신임 박종준 경호실 차장은 공주사대부고와 경찰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충남경찰청장, 경찰청 기획조정관을 거쳤다. 박찬봉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대전상고·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행시 22시로 공직에 입문, 통일부 정책기획관, 남북회담본부상근회담대표 등을 지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