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3부)] “한국, 원전 의존 벗어나 대체에너지 개발해야”
입력 2013-06-03 18:51
빈프리트 크레치만 독일 연방상원의장
빈프리트 크레치만(65·사진) 독일 연방상원의장은 3일 “신재생에너지는 한국 기업에도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며 “녹색경제(Green Economy)는 매출이 가장 높은 산업이자 엄청난 수출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최근 4박5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뒤 돌아간 크레치만 의장은 국민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이 원자력에 의존하는 에너지 정책에서 탈피해 대체에너지 개발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원전 가동 중지로 올여름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가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크레치만 의장의 조언은 관심을 끌고 있다.
-독일의 녹색산업, 특히 재생에너지 분야는 어떻게 발전해 왔나.
“독일은 석유, 가스, 석탄 등과 같은 유한한 자원에서 에너지를 얻는 방법도, 원자력에 의존하는 것도 미래를 위해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일찍 인식했다. 석유, 가스, 석탄은 지금처럼 계속 사용하다보면 머지않은 장래에 고갈될 것이며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다. 독일인들은 ‘태양은 청구서를 보내지 않는다’는 표현을 한다. 원자력은 인간이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는 위험한 기술이며 후쿠시마 사태는 이를 재차 분명히 보여줬다. 독일은 국민적 합의하에 2022년까지 완전한 탈원전을 실현하고 에너지 전환을 이루기로 결의했다. 우리는 선진국도, 그리고 선진국이기 때문에 원자력에 의존하지 않는 에너지 생산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줄 것이다. 에너지 전환은 독일인들에게 커다란 도전이지만 엄청난 기회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독일의 녹색경제는 매출이 가장 높은 산업이자 엄청난 수출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에너지 전환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정책이 아니라 그 반대로 독일,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강력한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특히 독일이나 한국과 같은 고도로 산업화됐으며 훌륭한 대학과 강력한 산업, 좋은 연구개발(R&D) 환경을 갖춘 국가들은 에너지 전환을 성공적으로 실현할 과제를 안고 있다.”
-방한기간 중 이룬 성과는.
“독일은 물론 한국에서도 재생에너지, 에너지 연구, 녹색기술 등이 중요한 이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 윤성규 환경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강창희 국회의장 등을 만나 이런 주제들을 논의했다. 모두들 독일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관심이 컸다. 이는 에너지 전환이 독일만 홀로 걷는 특별한 길이 아님을 확인해준다. 기후변화와 자원절약은 지구상 모든 산업국가가 추구해야 하는 목표다. 에너지 전환의 도전들에 성공적으로 대처하는 자는 세계시장에서 장기적으로는 경제적으로도 승자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중소기업의 나라 독일은 이를 위한 최상의 여건을 갖추고 있다.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분산된 여러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창업과 기술개발에 매우 적합한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한·독수교 130주년, 파독 광부 간호사 5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 발전 방안은.
“한국과 독일은 전통적으로 매우 긴밀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따라서 양국의 미래 협력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고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한 후에는 더욱 그렇게 생각하게 됐다. 양국 모두 하이테크 국가이기 때문에 학술, 연구, 재생에너지, 자원효율성 등의 분야에서 많은 잠재력이 있다. 일례로 이번 방한기간 중 서울시와 독일 프라운호퍼 태양에너지 시스템연구소는 상호 활동과 교류를 강화하자는 취지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서울시와 프라운호퍼 태양에너지연구소는 MOU를 통해 에너지 절약형 건물인 ‘에너지 제로빌딩’ 모델링 작업을 함께하기로 했다. 전력을 공급받지 않아도 냉난방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에너지 제로빌딩은 관심을 끌고 있다). 경제 분야의 협력에서도 잠재력을 더욱 개발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이번 사절단에 재계 관계자들이 포함됐다. 이들은 한국 시장의 기회와 도전들에 대해 직접 보고 들었다. 독일기업은 이미 한국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아직 발굴되지 않은 잠재력도 많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국이 참고할 만한 독일 경제의 강점은 무엇인가.
“독일은 전통적으로 중소기업이 강한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내가 주지사로 일하는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에는 종업원 수 200명 미만의 중소기업이 매우 많다. 이른바 히든 챔피언, 즉 자신의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중견기업들이 많다. 이들은 유명하지는 않지만 특정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이끈다. 중소기업은 독일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한다. 매우 혁신적이며 전 세계적으로 최적의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그래서 독일은 발명가와 사상가의 나라로 불리며 수출 1위 국가로 부상했다. 개별 대기업의 상황에 좌우되지 않는 이렇게 고도로 다변화된 경제구조는 경제금융 위기 시에도 독일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중소기업은 한국에서 만난 모든 분이 언급했던 주제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대기업 위주의 경제발전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이 이제는 중소기업이 강한 독일의 경제구조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독일 통일 경험을 바탕으로 한반도 통일에 대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지.
“한국을 방문하면서 의도적으로, 그리고 연대의 표시로서 제일 먼저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했다. DMZ 방문을 통해 한국에서는 냉전의 상처가 아직 치유되지 않았음을 봤다. 이 상처는 여전히 고통을 주고 있으며 전혀 봉합되지 않았다. 한국민에게 평화통일이 이뤄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방한을 마친 소감은.
“처음 방문한 데다 체류기간이 짧았지만 강한 인상을 받았다. 한국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세계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는가를 보는 것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