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주면 뭐든해준다며 수십억 챙긴 심부름센터
입력 2013-06-03 18:07 수정 2013-06-03 22:25
의뢰자들로부터 미행, 도청, 살인 등 요청을 받고 돈을 받아 챙긴 심부름업체 업자들과 이들에게 뒷조사를 부탁한 의뢰인들이 경찰에 무더기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3일 의뢰를 받고 타인의 정보를 수집해 준 대가로 수십억 원을 챙긴 심부름센터 대표 임모(37·전과 12범)씨를 신용정보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또 다른 업체 대표 조모(43·전과 17범)씨 등 20명과 불법 의뢰를 한 206명 중 실제 결과를 얻은 72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임씨는 2009년 4월부터 최근까지 포털사이트 등에 광고를 내 의뢰인을 모집하는 수법으로 200여명으로부터 15억원 상당을 챙긴 혐의다. 임씨가 위치, 연락처 등 신상정보를 파악한 대가로 받은 액수는 하루 50만∼70만원이다. 임씨는 지난해 6월엔 A씨로부터 “중국으로 달아난 동거녀를 찾아 죽여 달라”는 요청을 받고 3000만원을 챙긴 사실도 드러났다. 임씨는 중국으로 가서 A씨의 동거녀를 찾아 사진을 찍었지만, 실제 살인을 하지는 않았다.
이들 심부름업체는 ‘국내 1위 민간조사 업체’라는 식으로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홈쇼핑 업체 ARS나 택배회사 앱을 이용해 ‘어설프게’ 뒷조사를 했다. 돈을 챙긴 뒤에는 태도가 돌변해 환불을 요구하는 의뢰인에게 의뢰 행위가 불법임을 강조하며 협박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의뢰자 206명 중 71명(34.5%)은 아무 정보도 받지 못한 채 돈만 지불했다.
경찰 관계자는 “의뢰인 가운데 여성이 62%, 대졸 이상 학력자가 60%에 달했으며 직업은 주부, 회사원, 교수, 의사 등 다양했다”며 “남녀 구분 없이 배우자의 불륜을 의심해 위치추적을 요구한 사례가 가장 많았다”고 말했다.
인터넷에는 이들처럼 버젓이 활동하는 심부름업체가 부지기수다. T업체 관계자는 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사례비만 주면 협박과 전치 5∼6주 폭행이 가능하다”고 했다. C업체 관계자는 “하루 사례비 60만원을 주면 돈을 갚지 않는 채무자를 찾아가 대신 따귀를 때릴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법을 묻자 이 관계자는 “직원 2명이 채무자 집이나 회사 부근에 잠복해 있다가 채무자가 술을 마시고 귀가 하거나 한적한 골목길을 지날 때 어깨를 부딪쳐 시비를 붙이는 식으로 폭력을 행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사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