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원의 기적] “부모님이 사랑하는 이땅 나도 사랑… 어려서부터 현지화로 적응 순조”

입력 2013-06-03 18:07


브라질서 사역 중인 선교사 아들, 우은성 전도사

우은성(24) 전도사는 브라질 칸피나스에 있는 브라질 장로교 남부신학교에서 공부한 후 상파울루 한인교회에서 사역을 시작했다. 벌써 4년째다. 젊은 나이로 타국에서 성도들의 신임을 받으며 사역하게 된 데는 부모의 영향이 컸다.

그는 1999년 9살 되던 해 기아대책의 파송을 받은 부모를 따라 브라질에 왔다. 이들이 살고 있는 곳은 상파울루에서 서쪽으로 300㎞ 떨어진 산타마리아 마을이다. 전기도 수도도 들어오지 않는 쓰레기 매립장 인근의 빈민촌이었다.

우 전도사와 동생 은표(21)씨는 브라질에 오자마자 현지 학교에 들어갔다. 처음 1년은 언어를 배우느라 수업 과정을 익히기는커녕 친구 사귀는 일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외국인학교에 다니지 않고 현지 학교에 다닌 덕분에 고생은 그리 길지 않았다. 예배 찬양 인도, 설교 통역은 물론 선교 사역장에 방문하는 한국인 팀 안내와 통역까지 도맡아 할 정도로 현지 문화, 언어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었다.

우 전도사의 부모 우경호, 강순옥 선교사는 마을에서 탁아소 어린이들을 돕는 것으로 사역을 시작했다. 마을 아이들의 유일한 놀이는 쓰레기장에서 주운 누더기 공을 차며 노는 것이었다. 형제는 가정에서 버림받고 갈 길 잃은 아이들을 보듬은 부모를 지켜보며 자연스럽게 이 아이들과 어울렸다. 낯선 땅에서 인종이 다른 많은 아이들에게 부모의 사랑을 빼앗긴 데 대한 서러움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9살 때부터 예배 반주로 부모의 사역을 도왔다. 자녀들의 지원에 힘입어 우 전도사의 부모는 14년째 브라질에서 사역하며 현재 기아대책 CDP 센터 두 곳을 운영, 1000명이 넘는 어린이들을 돌보고 있다.

남과 다르게 살아야 하는 환경에 순종하고 긍정적일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을 따라 매일 새벽기도에 따라다녔습니다. 부모님이 저희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분들이 사랑하는 이 땅을 저도 사랑하게 되었죠.”

부모님의 선교지 사랑은 브라질 소녀를 입양하는 데 이른다. 2002년 말, 그들은 전기가 나간 집에서 도저히 부모가 기를 수 없게 된 한 살 남짓 된 여자 아이를 데려왔다. 이 아이는 곧 은비(9)라는 이름의 우 전도사 막내여동생이 됐다.

그가 신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한 것은 고등학생 시절이었다. 어릴 때부터 부모의 사역을 보며 자랐기에 결정도 자연스러웠다고 했다. 6만명에 달하는 브라질 한인 사회에서도, 한국어와 포르투갈어를 모두 구사하는 젊은 전도사가 많지 않았다. 모든 길이 순조롭게 열린 것은 부모님의 기도와 어린 시절의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세계 각지에 흩어진 선교사 자녀들을 위한 기도를 당부했다. “자녀들이 자기 뜻으로 선교지에 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현실을 못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는 선교에 동참한다는 생각으로 이겨냈지만 모두가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들이 잘 성장한다면 누구보다 선교 사역을 깊이 이해하고 도울 수 있습니다. 본인이 선교사가 되는 경우도 많고요. 선교사뿐 아니라 그들의 자녀를 위해서도 성도들의 기도가 필요합니다.”

서주형 기아대책 홍보팀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