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 평가 앞둔 기업들 “나 떨고 있니”
입력 2013-06-03 17:46 수정 2013-06-03 22:30
이달 정기 신용평가를 앞둔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가 지난달부터 기업들의 기존 신용등급을 줄줄이 끌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등급 상향 건수를 하향 건수로 나눈 상하향배율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등급이 떨어진 기업이 올라간 기업보다 월등히 많은 것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자체 분석 결과 지난 4∼5월 신평사들이 유효등급을 낮춘 사례는 16건으로 집계됐다고 3일 밝혔다. 기업은 국내 3대 신평사(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복수로 등급을 받는다. 유효등급은 가장 최근에 부여받은 신용등급 2개 중 낮은 등급을 말한다. 이 등급이 회사채 시장에서 인정되는 신용도다.
지난 4월에는 STX, STX엔진, STX조선해양 등 STX그룹 계열사를 중심으로 7곳의 신용등급이 하락했다.
지난달 등급이 떨어진 기업은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에 크게 못 미친 GS건설, SK건설 등 9곳이다.
지난 2개월간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16곳 중 절반이 넘는 9곳은 BBB등급이다. 이보다 낮은 BB등급과 B등급에서는 각각 3곳, 2곳의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AA등급과 A등급에서도 각각 1곳씩 신용등급이 내려갔다. 올해 2분기 들어 신용등급 하락은 BB+ 이하인 투기등급(5곳)에서보다 BBB- 이상인 투자 등급(11곳)에서 더 많이 일어난 것이다. 투기등급은 투자 부적격을 뜻한다.
신평사의 신용등급 상하향배율은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보다 못하다. 한국기업평가의 올해 1분기 상하향배율은 0.71이다. 이 수치가 1 미만이라는 건 신용등급 하향 건수가 상향 건수보다 많다는 의미다. 1분기 상하향배율은 2009년 0.20까지 떨어졌다가 2010년 2.86, 2011년에는 10.0까지 치솟았었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최근 들어 신용등급이 강등된 경우가 늘고 있어 2분기 상황까지 감안하면 상하향배율이 더욱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평사는 그동안 평가를 받는 기업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탓에 신용등급을 부풀려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런 신평사가 부실기업 신용등급 강등에 나선 것은 기업에 대한 정기 신용평가 철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정기 평가 때 한꺼번에 등급을 내릴 수 없어 기업의 실적 부진을 명분 삼아 미리 손을 썼다는 것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