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황홀] 공원 (The Garden)
입력 2013-06-03 19:18
Thousands and thousands of years
Would not be enough
To tell of
That small second of eternity
When you held me
When I held you
One morning
In winter’s light
In Montsouris Park
In Paris
On earth
This earth
That is a star
자크 프레베르(Jacques Prevert·1900~1977)
천 년이 또 천 년이 걸린다 해도
충분하지 않으리라.
네가 나에게
내가 너에게 입맞춤한
그 영원의 한순간을
말하기에는.
어느 아침
몽수리 공원의
겨울 햇살 속에서.
파리에 있는
지구 위에 있는
이 우주.
그 우주 속의 별 안에서.
시인 구상(1919∼2004) 선생은 대학의 시 창작 강의 첫 시간이면 학생들에게 아폴리네르의 ‘미라보 다리’와 프레베르의 ‘공원’을 낭독하게 했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은 흐르고/ 우리들 사랑도 흘러내린다/ 내 마음속 깊이 기억하리/ 기쁨은 언제나 고통 뒤에 오는 것을/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구상 시인이 첫 시간을 위의 두 시로 시작하는 것은 비단 이 시들이 세계 시사에 빛나는 명작이라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시인이 어떤 존재인지를 설명하고 싶어했다. 몽수리 공원에서 있었던 어느 날 한 순간의 키스를 수천년의 세월 속에, 이 거대한 우주 위에 올려놓을 줄 아는 시인의 자기 인식론.
모든 고통이 흐르고 강과 밤이 사라져버려도, 그리고 사랑과 세월이 흘러내려도 여기에 남아 종을 울리는 자, 그가 곧 시인이라는 자기 인식.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이 시를 읽는다면 이 작은 한 편의 시가 수천년의 세월 속으로 확산하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시인의 가치는 바로 그런 지점에 있다. 프랑스어로 쓰인 원시는 미국의 리처드 윌버(Richard Wilbur)가 영역한 것이다.
임순만 논설위원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