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탈북 부실대응 철저히 조사해 보완책 마련해야
입력 2013-06-03 19:26 수정 2013-06-03 22:05
탈북자 지원 민간단체인 북한인권개선모임과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어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 재외공관들의 탈북 사태 부실 대응 사례를 공개했다. 탈북자 한국 송환에 미온적이거나 체포된 탈북자들의 면회를 기피하는 등 이들의 눈에 비친 우리 공관의 대응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북한인권개선모임에 따르면 2006년 12월 라오스 한국대사관에 담을 넘어 들어간 탈북 여성 2명은 대사관 안에까지 들어온 라오스 무장 공안 3명에게 체포됐다. 치외법권 지역에 라오스 공안이 들어간 것은 사전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모임 측은 주장했다. 이 단체는 같은 해 6월 라오스 루앙프라방 감옥에 수감됐던 탈북 난민 10명에 대해 한국대사관이 ‘석방하지 말라’는 뜻을 라오스 당국에 전달했다고 주장했으나 외교 당국은 북한에 의한 납치를 우려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2007년 5월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관에 들어간 탈북자는 현지 직원을 따라갔다가 국경지역 중국 공안국에 넘겨지기도 했다고 한다.
재외공관은 여러 외교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탈북자나 지원단체가 보기에 미흡한 부분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옳다고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사례 가운데 상당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탈북 루트로 자리 잡기 전 당국 간 협조가 불안정하던 때 발생한 경우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치, 경제적 이유로 북한을 등진 탈북자 문제는 인권 차원에서 지원이 이뤄져야 하며, 신체에 위해가 가해질 수 있는 북송을 피할 수 있도록 자유 의사에 따라 신속히 처리돼야 한다. 그런데도 일부 공관에서는 탈북자들에게 밀입국에 따른 벌금과 항공비용 등을 요구해 신병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는 논란이 있다. 사실이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최근 라오스에서 체포된 탈북 고아 등 9명이 강제 북송된 과정에서 우리 공관이 적절하게 대처했는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외교 당국은 북한인권개선모임이 제기한 문제점들을 귀담아 듣고 함께 조사해 잘못이 있다면 즉시 바로잡아야 한다.
라오스 북송 사태가 북한의 탈북자 단속 강화 때문에 생긴 일이라면 상황 변화를 반영한 새 지침을 마련해 관련국들과 긴밀히 협의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2002년 5월 탈북자 4명이 베이징 주재 한국영사관 담을 넘는 과정에서 한국 공관과 중국 공안들 간 몸싸움이 발생해 외교 문제로 비화된 직후 마련된 합의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당시 양국 외교부는 공관에 진입한 탈북자들에 대해 중국 공안 조사를 거쳐 제3국으로 추방하는 형식으로 한국행을 용인키로 했다. 동남아 국가들과도 이런 조용한 처리 방식을 협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