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정평’ 첫 여성 상임의장 정태효 목사 “젊은피 수혈·전국조직 재건에 총력”

입력 2013-06-03 17:33 수정 2013-06-03 22:01


1980년대 초, 서른 즈음에 신학대를 다니던 때였다. 노동운동가였던 고 전태일 열사의 누나 전순옥 의원(민주당 비례대표)을 만난 뒤 노동운동에 발을 담갔다. 그리고 서울 독산동 봉제공장 단지부터 노동운동 시위 현장에 이르기까지 ‘밑바닥 이웃’을 찾아다녔다. 목사가 된 지 28년이 지난 지금도 그가 만나는 사람들은 달라진 게 없다. 쌍용차와 현대차 해고노동자, 각종 비정규직 노동자 등….

지난달 말 교계의 대표적 진보 목회자 모임인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목정평) 총회에서 상임의장으로 선출된 정태효(60·성수삼일교회 담임) 목사 이야기다. 그는 내년에 창립 30주년을 앞둔 목정평의 사상 첫 여성 의장이다.

“여성과 더불어 젊은 세대와 함께 호흡하는 목정평이 되려 합니다. 우선 서울과 광주·전남, 청주 등 지역 목정평 모임을 재건하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정 목사는 3일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젊은 목정평’, ‘전국구 목정평’을 강조했다. 1984년부터 활동한 목정평은 초창기에는 지역별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젊은 목회자들의 참여도가 낮아지고 개신교 내 진보 계열이 나뉘면서 활동이 다소 약화됐다.

그는 최근 목정평 총회에서 ‘한국교회의 자정·갱신 운동’을 향후 주요 활동방향으로 정한 데 대해서도 한마디 덧붙였다. “목회자가 정의·평화를 솔선수범해서 실천한다면 사회개혁이나 교회 갱신이 필요할까요? 크고 거창한 담론보다는 소소하고 일상적인 부분에서 정의·평화를 위한 목회자들의 행동이 지역사회 구석구석 이어지는 게 중요합니다.”

그는 또 “시기적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주요 분야뿐만 아니라 종교계에서도 양성평등운동이 힘을 발휘할 때”라며 양성평등을 위한 적극 활동도 예고했다.

25년 전 그가 담임목사로 부임한 서울 성수동 삼일교회는 여전히 미자립 교회다. 하지만 정 목사는 여성 노숙인들과 모자(母子) 가정, 지역 극빈층 등 ‘낮은 이’들의 자립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15년 전 그가 설립한 여성노숙인 쉼터 ‘내일의 집’을 거쳐 간 이들만 650명에 달한다.

앞으로 사역 계획을 물었다. 정 목사는 교회 창립 5주년 및 20주년 기념식 때 초청된 인명진(갈릴리교회) 목사가 축사한 내용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성수삼일교회는 영원히 가난한 교회가 되어주십시오. 그리하여 가난한 이들 곁에서 그들을 섬기는 교회가 되어 주십시오.”

글·사진=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