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 원료 80%는 해외 수입 1년 로열티 1조5000억… 국산화 시급
입력 2013-06-03 16:59
‘우리나라 화장품의 대부분이 해외에서 수입된 원료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국산 화장품 중 순수 국내산 원료가 들어간 비율은 극히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국내 화장품 생물자원 원료의 해외의존도는 약 80%에 달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익공유(ABS)’와 관련한 국내외 최신 동향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제조에 쓰인 생물자원 원료 중 수입원료는 78%, 국산원료는 22%를 차지했다. 이는 한국 화장품의 생물자원 해외의존도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에 따라 원료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서는 생물자원 원료의 ‘국산화’를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글로벌 화장품 업계, 천연 원료 확보 ‘각축전’= 아름다운 피부를 갖고 싶은 여성들의 욕구가 충족되면 충족될수록 자연은 그에 따른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최근엔 천연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천연 원료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이에 세계 화장품 회사들은 천연 식물 자원 원료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화장품은 연구 개발에 따른 ‘성분 차별’이 제품의 경쟁력을 좌우하다 보니, 생물자원을 얻기 위한 업계의 노력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세계 화장품 회사들은 중남미 국가나 동남아, 아마존 일대에서 특별한 효능을 지닌 식물 자원을 원료로 얻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왔다. 이러한 노력이 때로는 해당 국가와 NGO단체의 반발에 의해 무산되기도 했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 일본 화장품회사 시세이도가 인도네시아의 야생허브 ‘자무’를 화장품 원료로 사용하기 위해 관련 특허를 냈지만 현지 NGO 단체의 반발로 특허가 취소된 바 있다. 또 프랑스 코그니스가 페루의 토착식물로 화장품 원료를 만들어 특허 등록하려 하자 페루 정부와 토착민들이 협회를 조직해 반대한 사례도 있다. 2012년 브라질은 생물해적행위 혐의가 있는 35개의 국내외 기업에 대해 벌금형을 내린 바 있다. 유전자원의 공평한 이익 공유를 위해 2010년 나고야의정서가 채택된 이후 타 국가로부터 식물 자원을 확보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한국 화장품 브랜드, 이름만 ‘국산?’= 문제는 국산이라고 이름 붙여진 화장품 브랜드가 대부분 ‘수입산’ 원료를 사용한다는 데 있다. 원료의 80%를 해외에서 들여오다 보니 여기서 발생하는 로열티가 1조5000억원에 달하며, 실제 집계되지 않은 금액까지 합치면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만큼 생물자원의 해외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다.
국내 화장품 회사 중에도 국산 원료를 보유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제주, 전북 정읍 등 국내 9개 지역과 아리따운 구매 협약을 맺어 국산 원료를 확보하고 있으며 환경보존을 위한 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업체들의 해외 원료 의존도는 높은 상황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신병철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 ABS팀 연구원(팀장)은 “생물 다양성 협약 발효 이후 해외에서 들여온 생물자원의 경우 원산지국에서 얻은 이익에 대해 토착민과 해당 국가에 공평하게 이윤을 제공하고 로열티를 지급해야 할 의무가 생겼다”며 “우리나라도 해외 의존으로 인해 발생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와 상호 협력관계를 확대해 국산 원료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윤형 쿠키뉴스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