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원세훈 전 원장 개인비리 정황 포착

입력 2013-06-03 00:27 수정 2013-06-02 10:08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중견 건설업체 대표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해 수사에 나섰다. 정치 및 선거 개입 혐의(국정원법·선거법 위반)에 개인비리 의혹이 추가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여환섭)는 최근 서울 남산동 H건설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회사 대표 A씨가 원 전 원장에게 건넨 고가의 선물 리스트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원 전 원장에게 10여 차례 순금, 명품가방, 의류, 건강식품 등 수천만원대의 선물을 건넸다. 검찰은 A씨가 공기업 발주 공사 수주 등을 위해 금품을 건넸을 것으로 보고 대가성 여부를 조사 중이다.

H건설사는 대형건설사의 하도급을 주로 받던 업체로 그동안 여러 관급 공사도 수주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2008년 동대문 축구장 철거 시공 사업, 4000억원 규모의 전남 여수 ‘타임 아일랜드’와 4800억원대의 전남 고흥 우주해양리조트 개발사업을 맡았다. 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발주한 세종시~정안IC 구간 도로공사도 진행했지만 부도가 나 지난해 5월 법정관리가 결정됐다.

검찰은 A씨가 수백억원대의 분식회계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자금 중 일부가 로비 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도 조사 중이다. 이번 수사는 ‘4대강 살리기’ 입찰 담합 의혹 수사나 국정원의 정치 개입 의혹 수사와는 별개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2006년에도 서울 용산구청 김모 국장에게 “뉴타운 지구 내 한강로 주상복합빌딩 토목공사 등을 수주받게 도와주고 각종 민원을 해결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을 건넨 혐의로 약식기소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은 원 전 원장이 지난해 국정원 직원들에게 국내 정치와 선거에 개입하도록 지시한 구체적 증거를 상당부분 확보해 이번주 중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원 전 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문제는 아직 검토 중”이라며 “이번주 중반은 돼야 영장청구 여부와 함께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