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력당국엔 책임 묻고 국민은 節電에 나서자

입력 2013-06-02 19:14

올여름 첫 번째 전력난이 이달 둘째 주에 닥칠 것으로 보인다. 전력거래소는 2일 첫째 주 예비전력이 300만∼350만㎾, 둘째 주에는 250만㎾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보했다. 원자력발전소 정비 일정과 기상청 날씨 예보 등을 종합해 예상한 수치다. 현 상태를 방치하면 8월 둘째 주에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예비전력이 -198만㎾로 하락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예측하고 있다.

산업부가 엊그제 전력수급 종합대책을 발표한 것은 단순히 국민을 긴장시키기 위해 내놓은 방안이 아니다. 상황이 아주 비관적으로 전개될 수 있음을 경고한 고육지책이다. 종합대책은 공공기관 전력 20% 감축, 전력 다소비 업체에 대한 하루 4시간 강제 절전, 피크시간대(오후 2∼5시) 전기료 3배 부과, 대형건물 냉방온도 섭씨 26도 제한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 원전 23기 중 10기가 멈춰선 상태다. 설비용량 대비 발전출력을 의미하는 원전 이용률은 지난 1∼4월 79.16%로 떨어졌다. 2000년대 90%를 웃돌던 이용률이 급감한 것이다. 부품 고장이나 불량품 사용이 드러나 추가로 원전 가동이 중단되면 이용률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자칫 전국 규모의 대정전(Total Blackout)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과 칠레 등 외국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대정전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산업·국방·교통·항공·항만·통신·금융·의료·수도·가스 등 우리나라 모든 분야의 시스템을 한순간에 다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2011년 발생한 9·15 정전대란은 지역별로 돌아가면서 전력 공급을 중단하는 순환 정전에 머물렀다. 대정전으로 악화되지 않았지만 그때도 국민이 상당한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입었다.

올해 전력난을 예상하고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전력당국은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그렇다고 전력난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올여름에 대정전으로 인한 파국을 막으려면 국민이 적극 나서야 한다.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에 나섰던 국민의 헌신과 애국심을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 ‘나 하나는 괜찮겠지’ 하며 안이하게 대처했다가는 전국이 암흑천지로 변하는 대혼란을 겪을지 모른다.

전기소비가 적은 LED로 전등을 바꾸고, 불필요한 전등을 끄고, 사용하지 않는 전원 플러그를 뽑아야 한다. 사무실 책상 밑에 몰래 갖다 놓은 선풍기도 과감하게 치울 필요가 있다. 기업은 생산 현장에서 전력 낭비가 없는지 세밀히 점검하고 유통업체는 문을 열어 놓고 에어컨을 세게 트는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 전력 생산·공급과 관련 있는 한국전력 등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전기료를 올리는 방안을 고려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