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하듯 초여름밤 축제 무대… 데뷔 30주년 이문세 콘서트
입력 2013-06-02 19:07
가수 이문세(54)가 1일 밤,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 주경기장을 5만개의 별빛으로 가득 채웠다. 유례없는 대형 무대의 객석을 채울 수 있을까 내심 걱정했던 베테랑 가수는 경기장을 가득 메운 5만명의 팬들과 이들이 보내준 환호에 끝내 감격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160분간 펼쳐진 ‘대한민국 이문세’ 콘서트는 지난 30년간 가수 이문세가 있어 행복한 팬들과 그 팬들 덕에 노래할 수 있었던 이문세가 만들어낸 축제의 무대였다.
첫 무대는 “난 너를 사랑해∼”. 그의 대표곡 ‘붉은 노을’의 후렴구로 시작해 ‘파랑새’로 이어졌다. “5만명의 함성을, 5만명의 합창을 듣고 싶다”는 이문세의 말에 팬들은 한목소리로 따라 부르며 화답했다. 오프닝 무대를 끝내고 그가 첫 인사를 하자 관객석에 붉은 하트의 물결이 넘실거렸다. 붉은 하트 종이를 펼쳐 보이는 팬들의 깜짝 이벤트. 순간 이문세는 “이 기분 아세요? 5만개의 하트가 제 가슴을 ‘뻥’ 뚫어놨어요. 꿈을 꾸는 것 같아요”라며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외쳤다.
‘난 아직 모르잖아요’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등의 히트 곡을 부를 때마다 무대 위 대형 스크린은 화려한 영상을 선보이며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옆머리를 짧게 자른 헤어스타일과 깔끔하면서도 화려한 의상을 입고 다양한 퍼포먼스를 펼친 이문세에게서 50대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랫동안 MBC ‘별이 빛나는 밤에’ DJ로 활약했던 ‘별밤지기’답게 친근한 멘트도 쏟아냈다. 야광봉으로 반짝이는 관객석을 바라보며 “또 하나의 우주 같네요. 이름도 모를 별나라에서 5만개의 별이 모인 것 같아요. 정말 별이 빛나는 밤이네요”라고 말했다.
30년 가수 인생에 있어 잊지 못할 인연을 소개하며 얼마 전 고인이 된 DJ 이종환도 추모했다. 이어 이문세의 수많은 명곡을 써 줬던 작곡가 이영훈을 그리는 무대가 마련됐다. 이문세는 “이영훈씨가 살아계셨다면 이 자리에서 이 노래만큼은 직접 반주해주지 않았을까 생각했다”며 빈 피아노 앞에 서서 ‘사랑이 지나가면’을 불렀다.
게스트도 화려했다. 발라드의 황태자 성시경은 이문세와 함께 ‘소녀’를 불렀다. 강한 록사운드로 편곡한 ‘그녀의 웃음소리뿐’을 부를 땐 김범수와 윤도현이 무대에 등장했다. 특히 배우 안성기 양동근, 영화감독 류승완, 축구선수 송종국, 야구선수 박찬호, 사진작가 조세현, 아나운서 이금희, 개그맨 박수홍, 방송인 박경림, 가수 김완선 김태우 로이킴 이수영 알리 등 20여명의 게스트가 나와 부른 ‘이 세상 살아가다보면’은 탄성이 터져 나오게 만들었다.
이문세는 뮤지컬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무대부터 시작해 강한 록사운드를 토대로 파워풀한 무대까지 다양한 공연을 펼쳤다. 주경기장임을 의식해 대형 종이배를 타고 운동장을 한 바퀴 도는 등 볼거리를 제공했고, 스탠드 앞에 별도 무대를 설치하는 등 관객을 배려했다. 기타 하나만 들고 ‘옛사랑’ ‘그대와 영원히’ 등의 히트곡을 부를 땐 관객의 떼창에 이문세의 화음이 겹쳐져 노래가 완성됐다.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만든 신곡 ‘땡큐’까지 25곡을 열창했다.
공연 말미, 끝내 울어버린 이문세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 공연은 여러분이 해 주신 겁니다. 여러분은 여기서 나가시면 다 잊으시겠지만, 저는 후유증이 아주 오래갈 것 같습니다. 가수라서 행복한 이문세였습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