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거인의 존재감 무대 압도… 데뷔 45주년 조용필 콘서트

입력 2013-06-02 19:06


무대에 선 가수 조용필(63)은 작은 거인이었다. 특별한 움직임 없이 한자리에 서서 노래만 불렀지만 그의 존재감은 공연 내내 무대를 꽉 채웠다. 60대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목소리엔 에너지가 넘쳤다.

지난 31일 밤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조용필의 전국 투어 ‘헬로(Hello)’ 첫 공연은 이렇듯 공연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가왕(歌王)’의 진가를 확인하게 만들었다.

이날 콘서트의 첫 곡은 지난 4월 발표돼 선풍적 인기를 모으고 있는 19집 타이틀곡 ‘헬로’가 장식했다. 전주가 나오자 관객들은 천둥 같은 함성을 쏟아냈다. 다양한 억양과 음색으로 ‘헬로’라는 단어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뒤 무대가 열리면서 조용필이 등장했다. 조용필이 두 팔을 번쩍 드는 자세를 취하며 인사를 건네자 팬들 역시 두 팔을 흔들며 ‘가왕’의 귀환을 반겼다.

이어진 ‘미지의 세계’에선 무대가 2단으로 분리되더니 조용필이 서 있던 무대가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과거 그의 콘서트에서 자주 사용된 ‘무빙 스테이지’였다. 레일을 타고 이동하는 무빙 스테이지가 공연장 중간으로 자리를 옮기자 관객들은 눈앞에 다가온 조용필을 뜨겁게 환대했다.

조용필은 ‘단발머리’를 부른 뒤 자신을 기다려준 팬들을 향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10년 만에 발표한 새 음반 19집과 관련, “편하게 (음반을) 내려고 했지만 굉장히 부담이 컸다”고 털어놨다. 이어 “콘서트 리허설을 하면서도 긴장됐다”며 “하지만 막상 무대에 서니 마음이 편안하다. 오늘은 우리 모두 마음껏 노래하고 춤추고 손뼉 치며 놀자”고 외쳤다.

계속된 무대는 명곡의 연속이었다. ‘고추잠자리’ ‘친구여’ ‘큐(Q)’ ‘돌아와요 부산항에’…. 관객들은 누구 하나 빠짐없이 한목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르며 장관을 연출했다.

조용필은 거의 공연 내내 자신의 음악을 전하는 데 집중했지만, 공연 도중 재치 있는 입담으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요즘 내게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많아요. 나이가 들어서 콘서트 할 수 있겠냐고. 하지만 아직 (무대에서) 2∼3시간은 자신 있어요(웃음).”

공연이 후반부로 치달을수록 열기는 고조됐다. 특히 신곡 ‘바운스(Bounce)’ 음악을 배경으로 초등학생들이 만든 UCC 영상이 나온 뒤 조용필이 등장해 ‘바운스’를 부르기 시작하자 관객들은 일제히 기립해 몸을 흔들었다. 무빙 스테이지가 다시 공연장 중간으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관객들은 ‘가왕’이 다가올 때 준비해온 흰 종이가루를 뿌리며 열광했다. 콘서트는 조용필이 ‘헬로’를 다시 열창하고 앙코르곡으로 ‘나는 너 좋아’ ‘충전이 필요해’ ‘여행을 떠나요’ 등 내리 3곡을 부른 뒤에야 끝이 났다.

객석을 가득 채운 팬 1만여명은 대부분 중장년층이었다. 하지만 공연장 열기만큼은 여느 아이돌 그룹 콘서트 못지않았다. 관객들은 콘서트 내내 야광봉을 흔들고 소리를 지르며 공연을 즐겼다. 콘서트가 끝난 뒤 공연장을 빠져나가는 팬들 사이에선 탄성이 끊이지 않았다. “조용필은 왜 늙지 않는 거냐” “정말 목소리 좋더라”….

1일과 2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이어진 조용필 콘서트는 이달에만 대전(8일) 경기도 의정부(15일) 경남 진주(22일) 대구(29, 30일)에서 차례로 열린다. 올 하반기 콘서트 일정은 추후 공지된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