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 허용… 위기맞은 美 보이스카우트
입력 2013-06-02 18:57
창립 103년 만에 동성애자 입회를 허용한 미국 보이스카우트가 핵심 조직인 개신교계의 이탈 움직임으로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기독교 가치를 기반으로 한 보이스카우트 조직이 회원수가 급감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동성애자를 끌어들이려다 위기를 맞은 것이다.
미국 개신교계 최대 교파인 남침례교는 11∼12일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리는 교단 총회에서 4만5000개 산하 교회와 1600만 회원들에게 보이스카우트와의 관계 단절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할 방침이라고 1일(현지시간) CNN방송이 보도했다.
교단 윤리종교자유위원회의 리처드 랜드 위원장은 “총회에서 절연에 관한 결의안이 제출될 가능성은 100%이고, 찬성표가 나올 가능성은 99%”라며 침례교인들의 엑소더스를 예고했다.
미국 보이스카우트는 현재 약 4000개의 산하 부대와 10만명의 단원이 남침례교의 후원을 받고 있어 결의안이 통과되면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개신교계에선 현재 남침례교 외에 다른 보수적인 교단들도 보이스카우트와의 절연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님의 성회’는 최근 동성애를 허용하는 단체를 후원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개신교의 이런 움직임은 보이스카우트의 재정 기반도 흔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역 보이스카우트 조직의 70%가량이 종교 관련 단체로부터 후원금과 대원 모집 등 각종 지원을 받고 있다. 보이스카우트의 이번 결정으로 미국 종교계가 더욱 분열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남침례교로는 대표되는 개신교계 주류가 동성애자 입회에 반대하고 있지만 가톨릭과 성공회, 모르몬교, 유니테리언, 유대교와 같은 소수 교파는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전미스카우트가톨릭위원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동성애자 입회 허용은 교회의 가르침과 충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달 23일 텍사스주 그레이프바인에서 열린 미 보이스카우트연맹 연례회의에서는 1400명의 대표자 중 61%가 동성애자 청소년 단원의 입단을 허용하는 안건에 동의했다. 보이스카우트연맹은 “어떤 청소년도 성 정체성만으로 가입이 거부돼서는 안 된다”고 발표했다. 이 연맹 규칙은 2014년 1월 1일에 발효된다. 그러나 성인 동성애자들의 입단은 허용하지 않았다. 미 보이스카우트에는 100만명의 성인 회원들이 활동 중이다.
‘신과 국가에 대한 의무’를 신조로 하는 미 보이스카우트는 지금까지 동성애자, 무신론자 배제 정책을 펴왔다. 보이스카우트의 동성애자 가입 허용 여부는 지난 수년간 미국에서 논란이 돼 왔다. UPS, 인텔 등 기업들이 보이스카우트연맹의 차별 정책을 이유로 후원을 끊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당시 “수십년간 대원수가 줄어온 보이스카우트가 젊은 부모들을 유인하기 위해 동성애 수용 물결에 동참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