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도 금융지주 회장 할 수 있다”… 신제윤, 임영록 사장 옹호 논란
입력 2013-06-02 18:43 수정 2013-06-02 22:51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관료도 금융지주 회장을 할 수 있다며 사실상 KB금융그룹 차기 회장으로 거론되는 임영록 KB금융 사장을 옹호해 논란이 되고 있다. ‘모피아’(재정경제부(MOF)와 마피아의 합성어) 출신으로 ‘제 식구 감싸기’를 했다는 지적이다.
신 위원장은 지난 1일 기자들과의 산행에서 “관료도 능력과 전문성이 있으면 금융그룹 회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임 사장은 외부인사라고 보기도 애매하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다음 달 임기가 끝나는 어윤대 KB금융 회장의 후임으로 관료들이 임 사장을 밀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신 위원장의 발언은 이를 어떻게 보느냐에 대한 답변이었다.
신 위원장의 행정고시 4년 선배(20회)인 임 사장은 재무부에서 공직을 시작해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 과장,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2차관을 지냈다. 재경부 2차관에서 물러난 지 2년6개월 만인 2010년 8월 KB금융 사장에 앉았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대표적 측근인 어 회장이 사장 자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던 임 사장이 이제 와서 내부인사로 분류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도 있다.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은 지난달 29일 성명을 내고 “임 사장은 재경부 출신으로 줄곧 공직에서만 몸담았던 정통 관료 출신”이라고 선을 그었다.
신 위원장은 관료도 금융그룹 회장을 할 수 있다는 사례로 미국 재무장관을 지냈던 로버트 루빈 씨티그룹 회장을 언급했다. 하지만 루빈 회장은 1990년 회장에 오르기까지 30여년간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서 일했다. 공직에 있었던 기간은 6년(93~99년)에 불과하다.
KB금융은 3일 회장추천위원회를 열고 이번주 중으로 최종 후보를 선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또 신 위원장은 내년 말까지 우리금융 ‘주인 찾기’를 마무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영화를 추진 중인 우리금융에 대해 “차라리 관치라도 하면 언론이 감시를 하지만 지금은 주인이 없으니 문제가 심각하다”며 “내년 말까지 우리은행의 새 주인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금융 자회사인 경남·광주은행 등을 우선 떼어 팔고, 이후 남게 되는 우리은행과 지주를 합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규모 양적완화(돈 풀기)를 시도한 일본의 아베노믹스에 대해서는 “잘 돼도, 안 돼도 문제”라며 “아베노믹스가 실패하면 세계경제가 충격을 받고, 성공하면 우리 수출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