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공기업도 ‘甲의 횡포’… 기업 눈물

입력 2013-06-02 18:40 수정 2013-06-02 22:57


정부 및 공기업 등이 기업들을 상대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횡포를 부리는 불공정한 관행이 뿌리 깊다는 지적이 많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대해 ‘갑’ 행세를 하는 것처럼 정부나 공기업들도 기업들을 상대로 ‘슈퍼 갑’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건설업계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다. 토목공사 등 대형 국책사업에서 정부, 공기업, 지방자치단체 등 발주기관이 기업들에 갖가지 횡포를 부리고 있다.

4대강 사업의 경우 건설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저가 수주를 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2일 “건설사들 상당수가 사실상 손해를 보고 공사를 했다”면서 “정부가 공사비를 후려친다고 해서 공사를 안 맡겠다고 하면 두고두고 다른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사를 맡았다”고 말했다.

지하철 공사 과정에서 지자체와 시공사 간에 분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국내 4개 대형 건설사들은 지난해 3월 서울시를 상대로 지하철 7호선 연장구간 공사 지연으로 들어간 간접비 141억원을 지급해 달라며 서울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건설사는 해당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서울시가 예산 문제로 공사비를 제때 주지 않아 공사기간이 1년9개월이나 연장된 탓에 임금 등 141억원의 간접비가 추가로 들어갔으나 시당국이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일부 지자체들은 모든 계약서류에서 ‘갑’ ‘을’ 문구를 없애기로 했으나 문구의 문제가 아니라 뿌리 깊은 관행을 없애는 것이 급선무라는 게 기업들의 주장이다.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도 공사를 발주할 때 기준에 못 미치는 노무비를 지급하는 등 ‘인건비 후려치기’로 원성을 사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사원가를 계산할 경우 대한건설협회가 공종별로 조사해 공표하는 시중 노임단가 또는 실거래가격을 적용해야 하는데 한수원 등은 기준의 70∼80%에 불과한 노무비만을 지급한다는 설명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주도로 59개 공기업의 납품 단가 후려치기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으나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유지보수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은 것 등이 조사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LH는 지난해 이후 유지보수 업체들과 맺은 계약 중 19차례나 대금을 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LH는 “신청한 기성금은 이미 지급했으나 일부 공종의 경우 기업들이 일괄 신청을 위해 신청서 제출을 늦추고 있어 조속한 신청을 독려하고 있다”고 해명했으나 논란은 여전하다.

한장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