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도 절전… ‘夜球場’에 태양광 비춘다

입력 2013-06-02 18:05


올 여름 ‘블랙아웃’ 공포… 정부, 전력난 막기 비상

원전 3기 가동 중단이 몰고 온 여름 전력대란 우려에 ‘그린 베이스볼(Green Baseball)’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대부분 밤에 시합이 열려 경기장 조명에 상당한 전력을 소비하는 프로야구부터 절전에 앞장서자는 것이다. 선봉에는 인천 문학구장의 SK 와이번스가 있다. 현재 9개 구단 중 7위로 하위권이지만 ‘절전 성적’만큼은 독보적 1위다.

원전 사태를 예견이라도 한 듯 SK 와이번스는 2009년 에너지관리공단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이듬해부터 70억원을 들여 ‘그린 스포츠’ 사업을 시작했다. 2010년 3월 문학구장 외야석 좌우 상단에 태양광 집열판 5개(31.2㎾급 2개, 100㎾급 3개)를 설치했다. 이 집열판으로 연평균 40만8300여㎾의 전기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 문학구장에서 사용되는 전력의 50%를 충당한다.

문학구장 태양광 발전기가 지난해 야간 조명과 전광판에 보탠 전력은 일반 가정 42가구에서 1년 동안 쓸 수 있는 양이다. 경기장 샤워시설과 화장실의 온수도 태양열 급탕설비로 공급하고 있다. 구단 관계자는 “지난해 도입한 태양열 급탕으로 61가구가 1년간 쓸 전기를 절약했다”고 말했다.

문학구장은 야구팬들의 에너지 절약 체험장이 됐다. 외야석에 60평 규모의 ‘렛츠고 그린월드’ 코너에서 관중들은 자전거 바퀴를 돌려 전력을 직접 생산해볼 수 있다. 그린월드 앞 ‘바비큐 관람석’에선 태양광 전기로 전기 프라이팬에 삼겹살을 구워먹는다. 7회초 공격이 끝나면 관중석에서 음료 페트병을 수거하는 ‘클리닝 타임(Cleaning Time)’이 시작된다. 구단은 이 페트병에서 폴리에스테르 섬유를 추출해 선수들이 입는 유니폼을 만든다.

서울시는 2일 잠실·목동 야구장을 사용하는 LG 트윈스, 두산 베어스, 넥센 히어로즈와 협의해 두 구장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절전을 위해 야간조명 전력을 자체 생산토록 하려는 것이다.

잠실·목동 구장은 관중석에서 배출되는 막대한 쓰레기 때문에 많은 전력이 낭비되고 있다. 잠실야구장은 경기당 11만5300ℓ, 목동야구장은 1만3000ℓ의 쓰레기가 나온다. 이를 치우느라 경기가 끝나는 밤 11시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계속 야간조명을 써야 한다. 지난해 프로야구 시즌(4∼10월)에 잠실야구장의 월평균 전기사용량은 40만669㎾h, 목동야구장은 11만8600㎾h나 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그린 베이스볼 확산에 발 벗고 나섰다. KBO는 2010년부터 주자가 없을 경우 투수가 12초 이내에 공을 던지도록 룰을 정했다. 경기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투수가 이를 어기면 처음엔 경고를 주고 두 번째부터 볼로 간주하는 강제 조항도 뒀다.

프로야구는 전체 경기의 70%가 야간에 벌어져 줄어드는 경기시간만큼 절전 효과가 발생한다. 지난해 시즌의 평균 경기시간은 3시간7분이었다. KBO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시즌엔 평균 경기시간을 3시간 이내로 줄이는 게 목표”라며 “각 구단과 심판들에게 ‘12초 룰’의 엄격한 적용 등 빠른 경기 진행을 강력히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야 최정욱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