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강준구] 잇단 역외탈세 논란에… 국세청 ‘곤혹’
입력 2013-06-02 17:56
국세청의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해외에서 불거진 조세피난처 ‘대란’ 탓이다. 국세청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지하경제 양성화의 선봉으로 역대 어느 정권보다 주목받았다. 가짜 석유판매상 등 그동안 국내 경제를 좀먹어 왔던 불법·편법 사업장의 정상화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음지’에서 활약하며 거둔 성과만큼 정치적 논란에도 휘둘려왔던 국세청으로서는 모처럼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에서 시작된 역외탈세 논란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세청이 확보하고 있는 자료만으로는 해외에서 터져 나온 방대한 의혹을 따라잡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독립언론 뉴스타파가 역외탈세 혐의자들을 발표할 때마다 국세청은 별다른 대책 없는 ‘뒷북 조사’에 나설 수밖에 없다. 뉴스타파가 접근하는 순간부터 해당 법인·개인은 대책 마련에 착수하기 때문이다.
해외 언론 단체가 자료를 분석·발표할 동안 국가 기관인 국세청이 손놓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뒤늦게 미국·영국·호주 국세청 등으로부터 협조 약속 등을 받아냈지만 성과를 담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들이 자국의 국익을 해치면서까지 외국에 조세피난처의 ‘고객 정보’를 넘길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 고민도 있다. 역외탈세 조사는 지루한 싸움이다. 국내 자금이 조세피난처를 거친 해외에서 사용된 용처까지 파악해야 한다. 자금 흐름 추적에만 수년이 걸려 현 정부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기도 어렵다. 국세청 내부에서 역외탈세 논란을 ‘악재’로 여기는 이유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국세청이 마침내 지난 29일 역외탈세 혐의자에 대한 세무조사 계획을 발표했다. 이 명단에는 효성그룹 등 대기업도 들어 있다. 칼을 뽑아든 국세청이 이번 조사로 어느 정도의 역량을 드러낼 것인지 주목된다.
강준구 경제부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