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개 대학 수능 최저학력기준 완화… 선택 폭 넓어졌지만 2012년과 비슷한 변별력 유지할 듯
입력 2013-06-02 17:27
고려대 등 32개 대학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완화한다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 30일 발표하면서 고3 수험생들은 입시전략을 수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표참조) 수시모집을 불과 3개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5개월 앞두고 전형계획을 변경한 이유에 대해 대교협은 ‘선택의 폭 확대와 수능 부담 완화’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오히려 수험생들이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아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변경된 수능 최저기준에 따른 입시 전략을 살펴봤다.
◇“실질적인 수능 영향력, 줄지 않았다”= 외형상 수능 최저기준이 완화된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낮아지지 않았다는 전망이 많다. 올해 수능은 처음으로 A/B형 선택형으로 치러진다. 높은 난도인 B형의 경우 성적 우수자들이 몰리게 되므로 높은 등급을 받기 어렵다. 기존에도 지나치게 높다는 평가를 받아 온 수능 최저기준이 선택 수능으로 더욱 충족하기 어려운 기준이 됐다. 이에 따라 올해는 수능 최저기준만 통과하면 수시입시는 ‘떼놓은 당상’이라는 분석까지 있었다.
입시 전문가들은 이번 대학들의 조치로 수시에서 수능 최저기준이 지난해와 비슷한 변별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들은 지난해 입시에서 중·상위권 대학들의 경우 수시 전형 지원자의 절반 정도가 최저기준을 충족시키기 못해 탈락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올해 선택 수능 도입으로 최저기준 미충족자가 15% 정도 추가로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번 수능 최저기준 완화 조치로 선택 수능의 영향이 대부분 상쇄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재진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팀장은 “전반적으로 수능 최저기준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선택의 폭이 완화 조치로 넓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아직 대학을 결정하지 말고 9월 수능 모의고사까지 수능 공부에 매진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조언했다.
상위권의 경우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기한 메가스터디 교육연구소 소장은 “완화라는 표현을 썼지만 학생들이 느낄 때 완화인지 봐야 한다. 상위권인 고려대 인문대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오히려 조금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중위권 대학 들은 다소 완화된 것으로 보이고 중하위권은 아예 폐지됐다”고 설명했다.
◇논술·심층면접 등 다른 요소 영향력은 얼마나 확대될까= 논술 등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다소 엇갈리는 전망이 나온다. 수능 최저기준 완화로 인해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지난해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전체 대학 가운데 32개 대학이 수능 최저기준을 완화했지만 논술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입시업체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수시지원 건수는 200만건 정도이고 논술전형 지원은 60만건 정도였다. 32개 대학 상당수가 논술전형을 실시하는 대학이었다. 논술을 보는 대학들이 최저기준을 낮췄으므로 논술의 영향력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논술 영향력이 커진 정도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논술에 대한 부담은 지난해 12월 발표된 올해 입시안보다는 커졌다”면서도 “지난해에 비해 크게 높아지지는 않고 비슷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택 수능 도입으로 인해 최저기준 충족 요건이 까다로워지면서 수능의 영향력이 강력해졌고, 상대적으로 논술의 영향이 줄었지만 이번 완화조치로 예년 수준으로 균형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교육부가 고교 수준을 넘어서는 논술 문제를 내는 대학을 규제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대학들은 논술로 변별력을 확보하려다가 재정 지원 감소 등 철퇴를 맞을 수 있는 상황이어서 조심스럽다. 이재진 팀장은 “아마도 논술 점수분포가 특정구간에 몰리게 돼 실질적으로 당락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수능 없이 상위권 대학 가는 길은 없을까= 선택 수능 도입으로 인해 수능 등급을 예측하기 쉽지 않으므로 자신의 특기를 살려 수능 없이 대학으로 직행하는 길을 찾아보는 노력도 필요하다.
외국어·수학·과학 우수인재를 뽑는 특기자 전형은 수능 최저기준이 없는 곳이 적지 않다. 외국어 특기자 전형으로 건국대 국제화(외국어특기자), 동국대 전공재능우수자(어학), 성균관대 인문계 특기자, 이화여대 어학우수자, 한국외대 글로벌리더(영어 등), 한양대 글로벌한양 전형 등이 있다. 공인어학성적과 면접 및 에세이 등으로 학생을 뽑는 전형들이다.
과학우수인재 전형으로는 경희대 글로벌과학인재, 서강대 알바트로스, 성균관대 자연계 특기자 및 과학인재, 중앙대 과학인재, 한양대 한양우수과학인 및 재능우수자(발명) 등이 있다. 올림피아드 수상경력 등 실적과 사고력 평가·심층면접 등으로 뽑는다.
전공에 맞는 재능이 있다면 입학사정관 전형의 문을 두드려봐야 한다. 최상위권 일부 대학을 제외하면 수능 최저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건국대 KU자기추천, 경희대 네오르네상스, 동국대 두드림(DoDream), 서강대 자기추천, 한국외대 HUFS 글로벌인재 전형 등이 있다. 이 전형들은 1단계는 관련 서류를 통해 2∼5배수 선발 후, 2단계에서 면접 또는 사정관 평가 등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소장은 “수능 최저기준이 없는 전형은 경쟁률이 높아 모집요강의 평가기준 및 전년도 입시 결과 등을 확인해 본인의 위치를 판단한 후 지원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