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구속후 기적 경험… 나의 고통은 축복이었다”

입력 2013-06-02 17:41


“나는 원래 기독교 신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구속되고 나서 기적을 경험했다.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검찰도 용서했다. 나에게 뇌물을 주었다고 주장했던 ○○○도 용서했다. 특별한 은혜를 받은 것이다. 고통이 축복이었다.”

‘변양호 신드롬’으로 공직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변양호(59) 보고펀드 대표가 그리스도인이 됐음을 고백했다. 최근 그가 펴낸 ‘변양호 신드롬-긴급체포로 만난 하나님’(사진)라는 제목의 책에서다.

변양호 신드롬이란 2003년 미국계 론스타 펀드에 외환은행이 매각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변 대표가 2006년 헐값 매각 혐의로 기소된 뒤 만들어진 말이다. 나중에 책임을 떠안을 것이 두려워 주요 정책 결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을 꺼리거나 미루는 공무원들의 보신주의를 뜻한다.

검찰 수사를 받기 전까지 변 대표는 ‘잘 나가는’ 엘리트 관료였다. 재경부 최장수 금융정책국장을 지냈고 유로머니가 1998년 선정한 ‘아시아 위기 국가의 능력 있는 관료’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01년 ‘세계경제를 이끌어갈 15인’에 그를 포함시켰다.

공직사회에서 선망의 대상이던 그는 2006년 6월 출근길에 긴급 체포돼 검찰 수사를 받았다. 현대차그룹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고 외환은행 헐값 매각 혐의도 받았으나 2010년 10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오랜 법정 공방 끝에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만큼 자신을 재판에 넘긴 검찰에 대한 원망이 클 만도 한데 되레 변 대표는 하나님께 다가갈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책의 부제가 ‘긴급체포로 만난 하나님’인 까닭이다.

구치소에 수감된 지 6일째 되는 날, 변 대표는 고(故) 옥한흠 목사의 제자훈련과 관련한 책을 보고 ‘쉬운성경’을 읽으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그의 아내에게 ‘일을 그만두면 교회에 나가겠다’고 약속했지만 제대로 지키지 못하다가 감옥 안에서 스스로 하나님께 다가간 것이다.

사랑과 용서의 하나님을 만나면서 변 대표는 새로운 삶을 찾게 됐다고 고백한다. “예수님은 아무 죄를 범한 바가 없는데도 처형당하셨지만 아무 조건 없이 그들을 용서하셨다. 결국 성경에서 말하는 사랑은 조건 없는 용서인 것이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