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민화의 현대적 재구성… 이희중 용인대 교수 개인전

입력 2013-06-02 17:20


‘전통의 현대적 해석’을 모색하는 이희중(57·용인대 회화과 교수) 작가의 그림은 보는 재미가 있다. 갓을 쓴 선비가 지팡이를 짚고 둥근 능선의 꼬부랑길을 따라 올라가거나 물고기와 새들이 뜀박질을 하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서민들의 소박한 삶과 해학이 조금도 꾸밈없이 담겨 있는 조선시대 민화(民畵)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했다. 색감도 오방색에 여러 색을 덧칠해 시각적인 효과를 살렸다.

홍익대 서양화과를 나온 작가는 1980년대 중반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에 유학 갔다가 충격을 받았다. 정물화와 추상화를 아무리 잘 그려도 유럽인들의 눈에는 서양미술의 아류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 그는 한국미술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고민했고 그 결과 민화에서 해답을 찾았다. 민화를 단순히 재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구적인 보편성까지 갖추기 위해 숱한 실험을 거쳤다.

진달래와 소나무, 나비가 정겹게 어우러진 화면은 현실적이면서 비현실적이고, 추상적이면서 구상적이다. 경계를 허문 그의 작업은 ‘퓨전 산수’다. 그의 개인전이 서울 청담동 갤러리서림에서 5일부터 14일까지 열린다. ‘풍류기행’ ‘나비의 꿈’ ‘첩첩산중’ 등 ‘심상풍경’ 연작과 ‘책 속에 우주’ ‘달 이야기’ ‘푸른 형상’ 등 ‘우주’ 시리즈 등 20여점을 선보인다. 화폭을 수놓은 깊고 푸른빛이 인상적이다.

작가는 마치 논밭의 구획을 나누듯 민화의 소재를 화면에 배치한다. 각각의 틀 속에서 각기 다른 이야기들이 정취를 자아낸다. ‘우주’ 시리즈에서는 전통적인 소재들이 자유로이 유영하는 모습을 우주의 풍경처럼 나타냈다. 여기에 별자리나 뇌우와 같은 이미지, 나아가 작가를 둘러싼 일상의 소재들까지 화면 속에 담아냈다. 민화가 낡고 고루한 소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02-515-3377).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