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전자변형 작물 검역과 표시제 강화해야
입력 2013-06-02 19:11
승인을 받지 않은 유전자변형(GM) 밀이 발견된 미국 오리건주에서 국내로 수입된 밀의 수입중단 필요성 여부가 논란을 빚고 있다. 미승인 GM 밀의 국내 유통여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오리건주로부터 밀가루를 직접 수입한 9개사 제품에 대한 분석을 마친 후 오늘 오후 발표할 예정이다. 그렇지만 식약처의 분석 결과와는 상관없이 GM 작물의 검역 시스템과 표시원칙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미국 당국은 GM 밀이 안전상의 문제 때문에 승인을 받지 못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실험실과 특정장소 안에서만 존재해야 했던 GM 밀이 개발된 지 8년 이상 지난 시점에 밀 재배지에서 발견됐다는 것은 GM 작물을 둘러싼 그간의 우려가 현실화됐음을 말해준다. 즉 GM 작물이 사람의 통제를 벗어나 야생이나 일반 경작지에 확산될 가능성이다. 국내외 환경단체들은 미국 밀 재배지가 GM 종자에 이미 ‘오염’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달 30일부터 오리건주에서 수입되는 밀에 대한 전수검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은 GM 밀의 시장진입 가능성을 막기 위해 같은 날 오리건산 밀의 수입을 중단했다. 유전자조작식품반대 생명운동연대는 “정부는 당장 미국산 밀 수입을 중단하고 GM 표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GM 밀의 유통 및 수출여부에 대한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즉 미 당국이 GM 밀 검역시스템을 완전히 갖출 때까지는 식약처가 수입을 중단하는 게 안전을 보다 더 확실하게 다지는 길이다.
GM 작물의 위해성 여부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유럽연합(EU)은 일찌감치 GM 콩과 옥수수에 대해 수입을 허용하는 대신 작물과 제품 원료에 대해 모두 GM 식품이라는 표기를 의무화했다. 미국 의회도 GM 식품의 표기를 강제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민주당 홍종학 의원이 지난달 말 GM 식품 표시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률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표시제로는 식품 속에 GM 작물이 원료로 포함됐는지 여부를 대부분 알 수 없게 돼 있다. 소비자들의 알 권리가 우선적으로 존중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