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농부의 눈물과 신앙

입력 2013-06-02 17:15


시편 126편

이스라엘 유대 남방 지역(오늘의 네게브)에 한 농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곳은 비만 제때 내려준다면 농사를 지어 근근이 먹고 살아갈 수 있는 곳입니다. 하지만 아브라함, 이삭, 야곱 모두가 가뭄 때문에 떠났을 정도로 비가 잘 오지 않는 지역입니다.

파종기에 농부는 씨 뿌릴 준비를 하며 밭을 갈고 있었지만 마음은 편치 못했습니다. 몇 해 계속된 가뭄이 올해도 이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비축해 두었던 곡식은 거의 바닥났습니다. 밭에 심으려고 아껴두었던 종자를 다 먹어도 올해 가뭄을 버틸 수 없었습니다. 종자를 심었다가 가뭄이 들면 가족들은 굶어 죽거나 노예로 팔려갈 것이고, 종자를 양식으로 먹어버리면 아예 수확할 것이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었습니다. 농부와 아내는 밤새도록 고민했습니다. 자식들이 굶어 죽거나 노예로 팔리는 것은 부모로서 참을 수 없는 고통이기에 밤을 새워 기도했습니다. 새벽 무렵, 부부가 내린 결정은 자신들의 눈에는 가망이 없어 보여도 자신들이 믿는 하나님을 끝까지 신뢰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에서 씨를 뿌리는 농부의 심정은 캄캄하고 수심이 가득했습니다. 씨가 뿌려질 때 눈물도 함께 뿌려지고 나지막한 기도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습니다. “여호와여 이곳 남방에 시내를 돌려보내소서.”

이 내용은 필자가 시편 126편의 배경을 스토리텔링으로 재구성해본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편 126편을 읽으면서 5, 6절에만 집중하다보니 마치 땀 흘려 수고하는 자가 수고의 열매를 거둘 것이라 오해하곤 합니다. 하지만 본 시편은 원래 성전에 올라가며 부르는 노래로서 성전회복에 대한 이스라엘 민족의 간절한 마음을 담은 동시에 하나님께 전적으로 의지하는 신앙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예루살렘 멸망 후에 포로로 끌려온 유대인들은 바벨론 이교문화와 우상으로 가득한 신전들로 둘러싸인 곳에서 ‘과연 어떤 삶을 살아야 할 것인가’ 고민했습니다. 왕이 볼모로 잡혀있는 그때에 나라와 성전의 재건은 꿈조차 꿀 수 없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선 차라리 바벨론 사람들과 동화되는 것이 더 현실적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라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 그들이 내린 결정은 하나님께 대한 신앙을 온전히 지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먼 타국 땅에서도 예루살렘 쪽을 향하여 하나님께 기도하였고 성전은 없지만 회당을 중심으로 모이며 율법과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노력했습니다. 결국 그렇게 고난 가운데 지켜낸 신앙은 불가능하게만 보였던 귀환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무너진 성전을 재건토록 만들었습니다.

불현듯 닥치는 고난이나 사건, 위기는 우리가 얼마나 나약하고 힘이 없는지를 여실히 드러내줍니다. 평안할 때는 소망과 꿈이 있고 내 힘으로 뭐든지 잘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인생의 커다란 고난을 접할 때마다 단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우리 자신을 바라보게 됩니다. ‘왜 하나님은 우리에게 고난을 주시는가?’ 분명한 것은 믿는 자들에게 있어 고난은 우리의 눈을 하나님께 향하도록 만든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자녀의 눈물을 결코 외면하는 분이 아니시기 때문입니다.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반드시 기쁨으로 그 곡식 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

원솜니 서울 올리브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