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3부)] 클레츠카 ‘어둠 속의 대화’ 박물관 대표

입력 2013-06-02 17:31


“우리 미션은 장애인 능력 최대한 끌어내는 것”

지난 3월 2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어둠 속의 대화 박물관에서 클라라 클레츠카(사진) 대표를 만났다. 그는 환한 얼굴로 취재진을 맞으며 일단 박물관을 체험해보라고 이끈 뒤 사라졌다. 한 시간 뒤에나 그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다락방을 개조한 박물관 사무실 벽면은 온통 박물관 운영에 관한 내용으로 도배돼 있었다. 활력이 넘치는 클레츠카 대표는 이것저것 자료를 보여주며 열정적으로 박물관에 대해 설명했다. 방문객들이 남기고 간 방명록과 나중에 보낸 감사의 편지를 읽어주는 그의 눈빛이 파란 하늘만큼 반짝거렸다.

박물관 내부를 촬영할 수 없겠느냐는 물음에는 정중하게 거절했다. “사진을 미리 접한 관람객들이 시각적 기억에 의존하게 되면 시각 외의 다른 감각을 느끼도록 하는 박물관의 취지를 살릴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대신 그는 두꺼운 방명록 여러 권을 가져와 펼쳐 놨다. 그 가운데에는 장애인용 지팡이 그림과 함께 한글로 ‘눈은 안 보여도 보이더라고요? 거참 신기하네’라고 비뚤게 써내려간 내용이 눈에 띄었다. ‘우리 가족 오늘처럼 서로 돕고 이끌어주고 의지하며 잘 살아가길. 오늘을 기억하며’라는 한글 문구도 보였다.

어둠 속의 대화는 1988년 시작된 이후 세계적으로 30여개국 120개 도시에서 전시를 열었고 70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아들었다.

어둠 속의 대화 프랑크푸르트 박물관은 2005년 상설 전시장으로 개관한 뒤 연평균 5만6000여명이 방문할 정도로 독일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클레츠카 대표는 “우리의 미션은 비장애인들이 가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고 인식을 개선해 장애인들의 능력을 발현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박물관은 직원 31명 중 24명이 장애인이고 그중 17명은 시각장애를 갖고 있다.

방문객의 절반 이상은 고교생 이하의 학생과 어린이들이라고 한다. 입장권을 구매할 때 추가 정보를 제공받겠다고 동의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반응을 조사해보면 4∼5년이 지나도 100% 방문 사실을 기억할 정도로 강렬한 기억을 심어주는 곳이다.

수입은 연간 170만 유로(약 24억원) 규모인데 75%는 입장 수익이고 시에서 제공하는 시각장애인 기금, 장애인고용지원금, 기부금 등이 15%이며, 나머지는 세미나 찬조금 등을 통해 조달된다고 한다.

직원들은 시각장애인 교사 자격증이 있는 이들을 채용한다. 클레츠카 대표는 “일반 직장인보다는 적지만 매달 1600∼2000유로(230만∼290만원) 정도 월급을 준다”며 “장애인들에 대한 세금·복지 혜택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 생활하기에는 불편함이 없는 정도”라고 말했다.

처음 채용된 장애인 직원들은 겁이 많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지만 6개월∼1년 정도 일을 하면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바뀐다고 한다. 클레츠카 대표는 “위축되고 남들에게 보이기 싫어하던 직원들이 자신 있는 모습으로 바뀌는 것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선정수 강준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