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3부)] 발상 전환이 獨 ‘창조경제’… 사회적 기업 ‘디스커버링 핸즈’ 기적
입력 2013-06-02 18:13 수정 2013-06-02 22:26
장애가 능력이 된다. 자괴감에 시달렸던 장애인들은 생명을 구하는 일자리를 얻게 됐고 자신감 넘치는 전문직으로 변모했다. 독일의 사회적기업이 이뤄낸 발상의 전환은 장애인 고용에 대한 해법을 갈구하는 한국 사회에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더 나아가 관계자 모두에게 이익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창조경제의 이상형을 엿볼 수 있었다.
지난 3월 28일 언론진흥기금 후원으로 독일 서북부의 작은 도시 뮐하임에 위치한 사회적기업 디스커버링 핸즈(Discovering Hands)를 찾았다. 시각장애인을 유방암 촉진 전문가로 훈련·고용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비장애인보다 훨씬 예민한 시각장애인의 촉각을 활용해 생명을 구하는 능력으로 재탄생시킨다.
시각장애인 중에서도 촉각이 매우 발달한 인재를 선발해 엄격한 훈련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이들 시각장애인 유방암 촉진 전문가들은 산부인과 전문의보다 더 유방암 종양을 잘 찾아낸다고 한다.
이들의 활약으로 인해 유방암 조기 검진 확률이 높아지면 환자의 생존율이 크게 상승하고 사회적 비용은 대폭 줄어들게 된다. 기존에는 한 시간 남짓 기다려 기껏해야 2∼3분 전문의의 검진을 받아야 했던 환자들이 30∼60분에 걸친 꼼꼼한 검진을 받을 수 있게 돼 만족도도 높아진다. 유방암 검진 전문가들은 취업 이후 장애 탓에 우울한 나날을 보냈던 과거와는 달리 생명을 구하는 고귀한 일을 한다는 만족감을 얻고 있다.
발상의 전환은 프랑크푸르트 ‘어둠 속의 대화’ 박물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빛이 전혀 들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일상생활의 공간을 재현해 비장애인이 시각장애인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곳이다. 수백만명의 독일인이 이곳에 다녀간 뒤 시각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는 계기가 됐다고 고백했다. 교사 자격증을 갖춘 시각장애인 안내인들은 어둠 속에서 비장애인의 안전한 체험을 이끄는 인도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 박물관에 다녀간 관람객들은 시각장애인을 불쌍한 존재가 아닌 다른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게 된다. 이런 노력들이 이어진 결과 독일 사회에선 장애인과 함께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문화가 널리 퍼져있다. 장애인과 유대인, 소수민족 등을 탄압했던 나치 독일의 과오를 철저히 반성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반면 우리 사회는 아직도 장애인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국가는 장애인고용촉진법을 제정, 장애인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장애인고용의무제까지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기업은 물론 공기업까지도 장애인 채용을 회피하면서 고용부담금 납부를 선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뮐하임·프랑크푸르트=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