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손연재의 경제학] 탁월한 그녀들… 움직임은 □□□이다
입력 2013-06-01 04:04
‘피겨 여왕’ 김연아(23)와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19)는 최고의 스포츠 스타이자 선의의 인기 라이벌이다. 김연아가 삼성전자의 대표 CF모델이고, 손연재는 LG전자의 대표 CF모델로 잘나간다. 대학 역시 전통의 라이벌 관계로 김연아는 고려대를 지난 2월에 졸업했고, 손연재는 연세대 13학번으로 올해 3월 입학했다. 두 스타는 공교롭게도 이달 일주일 간격으로 갈라쇼를 열어 팬들을 찾는다. 손연재는 15∼16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김연아는 21∼23일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 특설 아이스링크에서 연기를 펼친다. 티켓값은 S석 기준으로 손연재가 11만원, 김연아가 33만원이다.
◇걸어다니는 기업=김연아의 소속사 올댓스포츠와 손연재의 소속사 IB스포츠 또한 스포츠 에이전시의 대표적인 라이벌 관계다. 같은 분야의 광고(에어컨, 유업, 스포츠의류)에서 경쟁 관계의 업체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것도 특이한 점이다. 김연아는 월수입이 수억원에 육박하는 자타가 공인하는 걸어 다니는 기업이다. 지난 2007년 몸값이 연간 1억원 이하였던 김연아의 모델료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 이후 10억원까지 치솟았다. 밴쿠버 올림픽 이후 김연아는 전성기가 끝나 은퇴가 임박했다는 얘기가 나돌면서 7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지난 3월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으로 몸값이 14억원까지 다시 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2011년 여자 스포츠 스타들의 대회 상금, 출연료, 광고 및 라이선스 수입 등을 합산한 결과 김연아가 1100만 달러(약 115억3900만원)를 모았다”고 밝혔다.
포브스는 또 지난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유명인 중 ‘2012년 한국 파워 셀러브리티(대중에 알려진 유명인) 10위’를 공개했다. 포브스는 인지도 설문조사, 수입, 출연료, 광고료, 언론 노출과 빈도 등을 점수로 환산해 셀러브리티 순위를 나열했다. 이번 조사에서 손연재는 3위에 올랐다. 2012년 런던올림픽 리듬체조서 5위를 기록한 것이 높이 평가됐다. 손연재는 올림픽 선전 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높였고, 다수의 광고에도 출연하며 셀러브리티 반열에 올랐다. 반면 김연아는 9위에 올랐다. 김연아는 3월 세계피겨선수권에서 월등한 점수로 세계 챔피언이 됐지만, 이는 당시 조사에서 반영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손연재를 놓고 ‘포스트 김연아’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광고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는 최정상의 연예인이 보통 한 편의 CF를 찍는 데 연간 10억원가량을 받고 계약을 맺는다. 손연재의 편당 CF 개런티는 김연아의 70%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손연재의 총 수입은 대회상금, 후원금 등을 포함해야 하기 때문에 정확히 계산하기가 쉽지 않다. 손연재는 CF 촬영 개런티 수입 등으로 한 달에만 3000만원이 넘는 러시아 훈련비를 충당한다.
◇탁월함은 모든 차별을 압도한다=김연아와 손연재는 한국에서 불모지나 다름없는 피겨스케이팅과 리듬체조에서 기적을 이룬 인간 승리의 주인공들이다.
김연아는 2005년 그랑프리 주니어 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내고도 재정적인 도움을 줄 스폰서를 찾았던 가난한 신데렐라였다. ‘연습벌레’라는 별명답게 부츠가 빨리 닳아 4개월에 한 번꼴로 바꾸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한 달 간격으로 바꿔 신어야 했지만 이젠 아름다운 추억의 순간으로 기억되고 있다.
손연재도 처음에는 운동보다는 ‘돈 걱정’부터 해야 했다. 리듬체조 선진국 러시아로 떠날 때 영원한 매니저 어머니의 비행기 요금과 체재비용을 덜기 위해 ‘나홀로 유학’을 떠났었다. 러시아 유학시절 현지에서 연습할 때마다 매트 끝에서만 연습했다. 그러나 손연재는 그 차별과 냉대를 뚫고 세계적인 요정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김연아는 내년 2월 소치에서 동계올림픽 2연패를 목표로 다시 빙판으로 돌아가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손연재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을 장기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탁월함은 모든 차별을 압도한다’는 오프라 윈프리의 명언대로 두 사람은 ‘총성 없는 전쟁’ 스포츠스타 마케팅의 새 장을 열었다. 한때 IB스포츠에서 한솥밥을 먹다가 지금은 제 갈 길을 가고 있지만 두 사람의 목표점은 다르지 않다. ‘행복한 피겨스케이터’ ‘행복한 리듬체조 선수’를 꿈꾼다. 두 선수는 비인기 종목, 불모지에서 외로이 고군분투하며 새 역사를 쓰는 보석 같은 존재들이다. ‘세계 챔피언’ 김연아와 그 길을 따르는 손연재의 깜찍한 모습을 바라보는 일은 즐겁고 행복하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