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病보다 무서운 ‘3大 비급여’ 의료] “3大 비급여는 정부가 원인 제공한 일종의 지하경제”
입력 2013-06-01 04:03
건보심사평가원 김윤 연구소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김윤(46·서울대 의대 교수·사진) 심사평가연구소장은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를 일종의 지하경제로 파악했다. 원인 제공자는 정부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방치 속에 기형적으로 커진 3대 비급여 시장을 바로잡을 열쇠 역시 정부가 쥐고 있다고 봤다. 외곽의 비판자이자 정부 산하 연구소장으로 ‘실현 가능한’ 대안을 고민해온 그의 발언 속에는 의료계·정부·환자 3자의 목소리가 비교적 균형 있게 투영돼 있다. 29일 만난 김 소장은 “3대 비급여 해결의 정치적 동력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고 희망적으로 전망했다.
-3대 비급여 문제가 불거진 시점은.
“2000년 전후쯤이다. 진료비 부담이 크다는 환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정부가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자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정했다. 치료·수술·약의 보험적용 범위를 넓혔다. 이때부터 정부가 통제하지 않는 지하경제, 즉 비급여가 빠른 속도로 확대됐다. 보험이 적용되는 영역(급여)은 정부가 검사 2회, 수술 1회 하는 식으로 질병별로 관리한다. 가격도 정부가 정한다. 당연히 보험이 적용되는 치료행위로는 이윤을 남기기 어렵다. 병원 입장에서 정부 통제가 없는 비급여 서비스를 늘리려는 동기가 커지게 됐다. 건강보험 비용은 연간 7∼8% 늘어난 반면, 비급여는 연간 20%씩 확대됐다. 결과적으로 환자가 병원에 내는 전체 비용은 줄지 않았다.”
-의사들은 건강보험공단이 보상해주는 돈(수가)이 충분하지 않아서 비급여로 적자를 메운다고 항변하는 반면, 국민들은 의사들이 이윤만 좇는다고 비난한다. 의사들의 말은 엄살인가.
“양쪽 주장 다 일정 정도의 진실을 담고 있다. 병원이 환자 치료에 쓰는 만큼 공단으로부터 돈을 받지 못하는 건 맞다. 수술의 원가보전율은 61.6%에 불과하다. 다만 병원 간 격차가 아주 크다는 사실, 그 속에 구조적인 왜곡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은 기억해야 한다. 큰돈 들여 고가 장비를 들여놓을 수 있는 대형병원이 더 이득을 보는 구조다. 수술 후 의사 얼굴 보기는 힘든 반면, 검사는 끝없이 하는 이유도 이것이다. 이런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
-결국 왜곡된 수가 구조를 만든 정부 책임이라는 뜻인지.
“정부가 지하경제를 만들어놓은 거다. 공식적인 경제에서 충분한 보상을 못해주니까 병원이 지하경제에서 번 돈으로 공식경제를 지탱해온 거다. 과거에는 지하경제의 규모가 작아서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게 커졌고 대선을 거치며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것이다.”
-해결 전망은.
“분위기는 좋다고 판단된다. 어느 때보다 정치적으로 강한 드라이브가 걸려 있다. 의사들도 적극적이다. 비급여는 병원과 의사가 사회적으로 비난받는 지점이다. 병원 입장에서는 억울하다고 느끼고 있다. 이참에 양성화해 떳떳해지고 싶다는 생각들을 하는 것 같다.”
이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