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테러리스트 그룹 지정
입력 2013-05-31 18:39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30일 시리아 반군 가운데 외국인 부대인 ‘알 누스라 전선’을 테러리스트 그룹으로 지정했다. 15개 회원국은 만장일치로 알 누스라 전선에 대한 무기 금수와 여행 제한을 결정했다. 미국은 앞서 지난해 12월 이들이 무고한 시민을 공격한다는 이유로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바 있다.
알 누스라 전선은 지난달 이라크 알카에다의 하부 조직임을 공식 인정하며 주목받기도 했다. 지난해 1월 지하디스트(이슬람 전사)를 중심으로 창설된 알 누스라 전선은 차량 폭발과 자살 폭탄 테러로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에 타격을 주며 자주 외신에 오르내렸다. 일부 언론은 이들이 시리아 반군의 중심이라고 잘못 보도하기도 했다.
정작 시리아인들로 구성된 자유시리아군(FSA)은 알 누스라 전선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사드 정권 종식과 민주주의로의 전환을 목표로 한 FSA와 이슬람 원리주의 사회 건설 및 시아파 타도를 추구하는 알 누스라 전선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군과 맞서 싸워주겠다는 외국인 부대를 배제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최근 들어 일부 FSA 군인들이 알 누스라 전선으로 탈영하는 사례까지 이어지며 골은 깊어지고 있다. FSA는 6만∼14만명, 알 누스라 전선 규모는 약 5000명으로 추정된다.
FSA의 정치 미디어 담당자인 로우아이 알 모크다드는 지난 19일 중동 위성방송 알자지라에 출현해 “알카에다는 명백한 테러 그룹이며 우리는 그들과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시리아 사태 초기, 무기가 부족할 때 우리를 돕겠다는 외국인들을 일부 허락했지만 우리는 알카에다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시리아 북부 이들립에서 활동하는 익명의 FSA 지도자는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이 끝나고 이슬람으로 제한되거나 또 다른 독재정권 하에 살고 싶지 않다”며 알 누스라 전선의 관여를 우려했다. 이들이 정권 교체기에 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레바논 언론 무스타크발의 오마르 하리쿠스(43) 기자는 “아사드 정권이 끝나고 이라크처럼 테러가 횡행하는 조국이 되기를 바라는 시리아인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